[나비에서 꿩으로]
뱁새가 집을 짓는 데는
일승 양방웅
다음은 요임금이 천하를 다스리는 제위(帝位)를 은사(隱士)인 허유(許由)에게 넘겨주겠다고 하면서 나눈 대화입니다.
요임금: 해와 달이 떴는데도, 불을 끄지 않는 것은 헛된 일이 아닐까요? 때에 맞게 비가 내리는데도, 밭에 물을 대서 촉촉하게 하려는 것은 공연한 수고가 아닐까요? 선생께서 제위에 오르셔야 천하가 잘 다스려질 터인데도, 제가 아직 제위에 않아있습니다. 저의 능력이 부족함을 스스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천하를 맡아주십시오.
허유: 왕께서 천하를 다스려 천하가 이미 안정되었는데도, 제가 왕위를 맡는다는 것은 혹시 제가 명성을 위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요? 왕위라는 이름은 '아무런 실속이 없는 허명에 불과’하지요. 혹시 제가 그런 껍데기를 추구하리라고 보시나요?
「뱁새가 깊은 숲에 집을 짓는 데는 가지 하나만 있으면 되고<초료소우심림 불과일지(鷦鷯巢于深林, 不過一枝)>, 두더지가 강물에 나가 물을 마시는 데도 작은 배를 채울 정도의 물만 있으면 된다<언서음하 불과만복(偃鼠飮河, 不過滿腹)>」이라고 했습니다.
왕께서는 돌아가 쉬십시오. 저에게 천하는 쓸모가 없습니다. 제사 때 요리사가 비록 요리에 서툴다고 해서, 제사 진행을 주관하는 제주가 주방장 노릇을 대신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논어》에는 안빈낙도에 관한 글이 나옵니다. 가난에 구애받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감을 말합니다. 특히 제자 중에서도 안회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청빈하게 살았기 때문에 평생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했지만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군자의 도를 실천했다고 합니다.
공자는 “부귀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이지만, 정당한 수단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면 그것을 누리지 말아야한다. 빈천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지만, 정당한 과정이아니라면, 빈천을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이인 4:5>”라고 했습니다.
부귀를 얻든 빈천해지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바탕에 인의(仁義)가 있어야한다는 것입니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애인(愛人)의 마음이 仁이고, 仁을 정당한 방법으로 실천하는 것이 義입니다.
설령 정당한 방법으로 부귀를 얻지 못해서 가난하게 살게 될지라도 仁만 꼭 지키고 있을 수 있다면, 가난은 부끄러워야할 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가난해도 거기엔 떳떳하고도 소중한 가치가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부귀든 가난이든 얻어진 결과보다는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공자는 밥 먹을 때에도, 넘어지는 순간일지라도 仁을 꼭 지키고 있으라고 당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밥 한 사발 먹고 물 한 바가지 마시며 누추한 골목에 산다면, 다른 사람들은 괴로움을 감당치 못할 터인데, 안회는 마음 속 즐거움이 변하지 않는구나!” <옹야 6:11>
“거친 밥 먹고 물마시고, 팔 굽혀 베개 삼아 한숨 자니 즐거움은 그 안에 있네. 불의를 저지르며 부귀를 누린다는 것은, 내겐 마치 뜬구름 같은 일이지.” <술이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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