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읽기 몰린 구조조정] ‘딜레마’ 빠진 정부…늑장 대응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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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2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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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책은행, 산금채·후순위채 발행으로 실탄 확보

  • 전문가들 ‘금융안전기금’ 활용여부도 고려해야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정부가 한계기업 구조조정에 칼을 빼들었지만, 대응책 마련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정부가 뒤늦게 구조조정에 착수하자, 업계는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적절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다면 고용시장 등 다른 경제지표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론도 대두되고 있다.

25일 금융권,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성공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이를 책임진 국책은행의 역할이 중효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필요시 '금융안정기금'을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위한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지만, 현 상황에서 '솔로몬의 지혜'와 같은 최선의 대안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모든 가능성을 제로 상태에서 다시 검토하는 것도 촉박하다. 현재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구조조정을 이끌어 가는 방안이 최선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인 셈이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 핵심으로 떠오른 국책은행의 역할에도 눈과 귀가 쏠린다. 적자 구조의 국책은행이 어떻게 구조조정을 원활히 수행할지 지켜볼 일이다.

산업은행은 우선 대규모 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실탄 확보가 관건이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 산업금융채권(산금채)이나 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자금 확보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후순위채는 보완자본으로 인정돼 자금을 조달하면서 자기자본비율도 높일 수 있다. 국책은행들은 자본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신경써야하기 때문에 이 방안이 효율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책은행 상황이 당장 구조조정을 추진 못할 정도는 아니다. 자금 외에 대출금 상환유예, 출자전환, 금리인하 등의 수단이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국책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조선, 해운 등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 자금으로 설치됐지만 아직 사용된 적이 없는 ‘금융안정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대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금융안정기금은 부실 판정을 받거나 부실 우려가 있어야만 투입하던 공적자금과 달리, 정상적인 금융기관에 출자·대출·채무보증 등 방법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 기금은 2009년 6월 정책금융공사에 설치됐다가 현재 산업은행으로 이관됐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이용을 꺼려 지원 실적이 전혀 없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선제적 조치가 필요할때 사용하기 위해 만든 취지가 현재 구조조정 이슈와 맞닿아 있다”며 “이미 통로는 만들어져 있고 기금을 얼마나 조성할지 국회에서 동의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적극 고려해볼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도 “필요시 얼마든지 기금도 조성하는 등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을 모두 써야 한다”며 “다만 지금 진행하는 구조조정에 필요한 돈이 어느 정도인지 적당한 추정치와 그에 따른 시나리오가 먼저 나와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힘겹게 자구노력을 추진 중인 부실기업이 이번 구조조정으로 유탄을 맞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대그룹의 경우 로지스틱스 등 계열사 매각과 LNG(액화천연가스) 운송사업부문, 벌크전용선 사업부, 터미널 등 자산 매각을 완료했다. 지난 2월에는 3조원 자구계획 달성 이후 추가 자구안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300억원을 사재출연했고, 현대증권 매각이 이뤄졌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사들도 몇년전부터 뼈를 깎는 자구안을 시행 중”이라며 “마치 기업들은 손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는데,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정부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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