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 간의 '세기의 대결'은 우리 사회에 많은 질문을 던졌고, 인공지능 관련 책들은 우후죽순으로 쏟아졌다.
그 중 '사피엔스'(김영사 펴냄)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뒤, 인류는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를 심도 있게 짚어내며 전 세계 독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말 출간된 후 현재까지 14만 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40) 히브리대 역사학 교수는 방한 이틀째인 26일 서울 중구 동화빌딩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류에게 가장 큰 위협은 인공지능이다. 귄위가 인간에게서 기계로 옮겨가며 인류 문명의 조정간을 빼앗길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기술이 우리를 섬기도록 해야지, 우리가 기술을 섬겨서는 안된다. 기술은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하지만 결국 우리가 묻는 것에만 답한다"며 "질문은 우리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변방의 유인원에 불과하던 호모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의 지배자가 되는지를 10만년에 걸친 인류의 역사를 통해 조명했다. '역사학자'인 그는 "중세를 연구하며 역사의 어떤 질문에도 답을 찾을 수 있게 됐다"며 "젊은 학자인 내가 인류 역사 전체를 공부할 순 없지만 생물학, 인류학 등 다른 학문을 대할 때도 역사라는 도구는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를 이렇게 내다보고 있다. "적어도 30~40년 내에 인공지능이 인류를 넘어설 수 있을 거예요. 인공지능은 현존하는 인간의 직업 대부분을 대체하게 될 것이며, 새롭게 생겨나는 직업도 인공지능이 더 잘 하겠지요." 그렇다면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그는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사회·경제적 모델이 필요하며, 현재까지의 모델만으로는 인공지능의 시대를 이겨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채식주의자인 하라리는 매일 2시간씩 불교식 명상을 하고, 매년 30~60일 정도는 철저히 통제된 기간을 보낸다. 이 기간 동안은 전화, 이메일은 물론이고 일도 하지 않는다. 그는 "이 습관 덕분에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인생의 균형도 잡을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 '이 세상에서 나의 위치는 어디인가' 등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을 준다"고 웃었다. 자기 자신과 인생을 모르고서는 평화와 행복도 찾을 수 없다는 말이다.
지난 25일 한국 땅을 밟은 하라리는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사피엔스, 인간은 정녕 쓸모없어지는가?'라는 주제의 강연에 이어 오는 28일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인류에게 미래는 있는가'를 주제로 강연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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