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유철 새누리당 대표권한 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제20대 총선 새누리당 당선인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선인 워크숍에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20대 총선에서 참패, 원내 1당을 빼앗기게 된 새누리당은 26일 당선인 워크숍에서 ‘반성 모드’는 잠시 다시 ‘네탓’ 공방을 벌였다.
당 화합 차원에서 논의되던 원내대표 합의추대론은 물 건너 간 대신 경선을 벌이기로 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20대 국회 첫 원내지도부를 꾸릴 후보자들은 사실상 이날 출마를 기정사실화 했다.
공천 파동으로 122석을 얻는데 그친 터라 이날 새누리당 워크숍은 당 지도부와 당선인들의 ‘사죄’로 무겁게 시작했다. 이들은 국민의례를 마치고 카메라 앞에서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먼저 단상에 오른 원유철 원내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당의 지도부로서 책임이 가장 큰 저부터 다시 한번 진심을 담아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현역 최다선(8선) 의원인 서청원 의원도 “오늘 빈자리가 많아 쓸쓸한데 제가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라며 “(사퇴한 최고위원으로서) 지도부의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반성하고 국민께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지역구·비례대표 최연소 ‘새내기 당선인’들도 당의 쇄신과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지역구 최연소(43세, 경기 동두천·연천)인 김성원 당선인은 초등학생인 자신의 두 딸의 사례를 들며 “(아버지의 당선을) 자랑했는데, 친구들이 ‘국회의원은 일도 안 하고 싸움질만 하는데 그게 뭔 자랑이냐’고 해 상처받은 듯하다”며 “그게 우리 현실”이라며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비례대표 최연소(33세)인 신보라 당선인은 과거 당 백보드에 쓰여졌던 ‘청년이 휴지도 아니고, 왜 선거 때마다 쓰고 버리나’라는 글귀를 언급하며 “'내일'도 없고 '내 일'도 없는 청년들을 또다시 일회용 휴지로 만들어서야 되겠나”라며 20, 30대 표심을 읽어야 한다고 선배 의원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새누리당은 워크숍 회의장 벽면에도 ‘새누리당의 화합과 전진을 위한 당선인 워크숍’ ‘국민의 뜻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등의 현수막을 기재, 제대로 반성하는 듯 보였다. 4시간여 걸친 워크숍 말미에 총선 결과에 대한 반성과 변화·쇄신 각오를 담은 결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26일 당선인 워크숍이 비공개로 전환되자, 계파 갈등의 민낯이 또다시 드러났다. 원유철 원내대표와 서청원 의원 등이 워크숍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그러나 워크숍이 비공개로 전환되자, 계파 갈등의 민낯이 또다시 드러났다.
이종구 당선인(서울 강남갑)이 가장 먼저 총선 패배에 ‘친박(친박근혜)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 당선인은 “진박 마케팅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심판을 받았는데 그 중심에 최경환 의원이 있다”며 “(최 의원이) 삼보일배를 하든지 삭발을 하든지 행동으로 사죄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직에서도 친박계 2선 후퇴를 주장했다. 비박계 홍문표 의원은 “(자유토론에서) 친박 해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자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주연은 김무성 전 대표이고 조연은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이라고 최경환 감싸기에 나섰다. 그는 “(김 전 대표가) 상향식공천을 고집한 건 우매한 행동이다. (옥새파동으로) 야반도주한 건 무책임한 행동이었다”고 비난했다.
최경환 의원은 워크숍 직후 친박 책임론 제기와 관련 “지금 말씀드리면 또 싸움이 나니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원내대표 선출도 합의추대 대신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3선의 신상진 의원을 내달 3일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에 임명했다. 선관위원은 김기선·홍철호·윤영석 의원, 김순례 비례대표 당선인이 맡기로 했다. 선관위가 구성되면서 원내대표 추대는 사실상 물건너가고 본격적으로 경선 국면에 돌입한 셈이다.
원내대표 출마가 유력시 되는 4선의 나경원 의원과 3선의 정진석 당선인은 이날 워크숍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에 맞설 여당을 이끌 원내대표’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도 친박계 유기준·홍문종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가 점쳐진다.
한편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총선 패배 분석 및 지지 회복 방안’ 보고서를 발표, 국민을 무시한 공천과 인재 영입 실패 등으로 패배를 자초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정권 재창출을 위해 박근혜 정부 국정 운영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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