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쥐어줬기 때문이다. 이들 채권단은 정부로부터 강력한 권한을 위임받은 만큼 뚜렷한 결과물을 보여야할 상황이다.
채권단은 우선 조선업에 대해서는 인력감축과 자산매각 등 기존 이행사항을 강도 높게 주문하고, 해운업은 용선료 협상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 조선업···인력 감축 및 부동산 매각 관건
대우조선에 대한 국책은행의 여신공여 규모는 약 13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산업은행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4조원, 수출입은행은 8조9000억원 등이다. 다만 수출입은행의 익스포저는 약 9조원 가운데 직접 대출이 1조6300억원, 보증이 7조3500억원을 차지해 실질적인 칼자루는 산업은행이 쥐고 있는 상태다.
산업은행은 현재 대우조선에 대한 고강도 자구안을 추가로 요구한 상태다. 대우조선은 당초 올 연말까지 총 780명을 감축해 직원 수를 1만2748명까지 줄이기로 했다. 지난달 말까지 709명을 감축하면서 인력감축 목표에는 근접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영 인력의 경우 △2015년 6월 1만3528명 △2016년말 1만2748명 △2018년 1만1466명 △2019년 1만697명 등으로 순차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다. 4년 동안 약 3000명의 인력을 대대적으로 감축한다는 복안이다.
인력감축은 순조로운 반면, 부동산 매각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 본사(1630억원)와 마곡부지(2008억원) 등의 매각을 추진했으나 이행률은 7.8%에 그쳤다. 부동산을 제외한 다른 자산 매각 이행률은 그나마 좋은 편이다. 주식 및 회원권은 총 759억원 중 709억원을 매각해 93.4%의 이행률을 기록했다. 선박 등은 당초 2471억원을 매각 목표로 삼았으나 이를 뛰어넘는 2547억원 어치를 매각해 103.1%의 이행률을 보였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경우에는 지난해 10월에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거의 그대로 가고 있다"며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의 더 많은 희생이 요구될 경우에는 인력감축 규모도 더 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해운업···용선료 협상에 따라 법정관리 여부 결정
조선업과 달리 고용 인원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해운업의 최대 관건은 '용선료 협상'이다. 해운업의 여신 규모는 전체 익스포저의 약 30%에 불과해 사실상 비중이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라는 양대 해운사에 국책은행이 보유한 익스포저는 약 2조원 규모다. 산은은 현대상선에 약 1조2000억원, 한진해운에 약 7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수은은 한진해운에만 500억원 정도에 불과해 조선업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치다.
현대상선은 이미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신청하고 지난 2월부터 용선료 협상에 돌입한 상태다. 반면 한진해운은 최근 자율협약을 신청했지만 채권단으로부터 보완 요구를 받은 상태다.
채권단 관계자 "해운업의 자율협약은 그냥 자율협약이 아니라 조건부 자율협약이다"며 "구조조정을 신청한 기업과 선주 등의 책임 분담이 있어야만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용선료 인하가 그래서 가장 중요하고 이후 출자전환, 만기연장, 이자감면 등이 적용될 것이다"며 "출자전환 등 액수는 실사를 통해 부실 규모를 파악한 후 정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금융당국의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에 대해 채권단은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부에서 제기되는 경영진의 '사재출연 요구'와 관련해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시중은행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5월까지 기다려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인하 비율까지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향후에도 적자가 발생할 기업에게 계속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용선료 협상이 안되면 채권단은 다른 대안이 없다"며 "만일 은행에서 그걸 알고도 계속 지원하면 배임 문제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만 언론에서 거론되는 것처럼 자율협약 조건으로 경영진의 사재 출연 등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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