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새로운 스파크가 2월, 3월 상당한 좋은 결과 있었잖아요? 새로운 말리부도 스파크처럼 잘될 것이라 자신합니다.”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은 2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신형 말리부 출시행사에서 어색한 억양이지만, 한국어로 또박또박 설명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자동차업계에서 외국계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도의 인사말과 본인 이름 등 간단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게 보통이었다.
지난 4년간 한국에서 근무했던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회장도 르노삼성차의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도 그랬다.
신차 발표회서는 물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서도 영어가 주를 이루고 한국어는 친근감을 표현하기 위한 ‘양념’ 수준이었다.
반면 올해 1월 1일부로 한국GM의 사장 겸 CEO로 임명된 제임스 김 사장의 행보는 이색적이다. 어눌한 발음이지만 또박또박 힘줘 말하는 한국어로 소통하며 스킨쉽을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 2월 캐딜락 ATS 고성능 모델인 ‘ATS-V’를 시작으로 지난 3월 한국GM의 올해 첫 신차인 캡티바, 이날 선보인 신형 말리부 행사에서도 한국어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화면에 띄워진 원고를 읽는 수준에서 벗어나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영어대신 한국어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한국GM의 올해 야심작인 신형 말리부 출시 현장에서 그의 목소리는 유독 힘차게 느껴졌다. 제품에 대한 자신감 덕분인지 돔구장에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신형 말리부 포토세션 시간에는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사진기자들을 향해 “우리 화이팅 외칠까요”라고 한국어로 말하며 적극적으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제임스 김 사장은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위를, 하버드 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주한 미국상공회의소(AMCHAM)의 회장도 맡고 있다.
제임스 김 사장의 부인도 한국계로 다른 CEO들보다 한국어에 능할만한 환경을 갖췄다. 그래도 영어를 구사하는게 더 편하지만 한국어 소통은 그에게 있어 '자존심' 같은 것이라는 후문이다. 한국시장에서 한국고객들을 상대로 공식석상에 서는 자리라 한국어로의 소통은 일종의 '예의'로 생각한다는 것.
행사를 총괄하는 한국GM 홍보팀은 대본이 짜인 인사말과 달리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질의응답에서는 늘 마음을 졸인다. 홍보팀은 한국어보다 편한 영어로 응답했으면 하는 게 속마음이지만, 제임스 김 사장은 행사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어를 고집하고 있다.
이날 한국GM이 경쟁이 치열한 국내 중형차 시장에 신형 말리부로 마무리 등판에 올랐다. 국내 최초 돔구장인 고척스카이돔에서 이색 신차발표회를 진행하며 총 6대 신형 말리부를 색상별로 선보였다. 출시행사 규모만 봐도 올 뉴 말리부가 한국GM의 야심작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제임스 김 사장은 “르노삼성 SM6, 현대차 쏘나타, 기아차 K5 등 국내 주요 중형세단 중 신형 말리부가 가장 우수하다고 생각한다”며 “신형 말리부가 D세그먼트(중형차)의 해답”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지난 3월) 스파크가 아반떼를 제치고 1등 했다. 한국GM 역사상 최대 실적”이라며 “한국GM의 성장을 올 뉴 말리부를 통해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경쟁’을 즐긴다는 제임스 김 사장이 보인 한국어 사랑처럼 한국GM이 치열한 내수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신형 말리부가 중형세단 시장에서 입지를 굳힐 수 있을지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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