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스틸]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캡틴 아메리카’에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미국산 히어로로부터 국내 스크린을 지키기 위해 국산 영웅, 홍길동이 나선다.
조선 시대에 박제돼 있었던 홍길동을 현재로 끌어와 불법 흥신소 탐정이라는 새 직업을 부여한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개봉 일주일 후인 5월 4일부터 극장에 걸려 쌍끌이 흥행을 노린다. 일주일이면 ‘캡틴 아메리카’ 열기가 한바탕 지나간 후인데다, 5일부터는 나흘간의 황금연휴가 이어지니 똑똑한 전략이다.
영화 속 홍길동(이제훈)은 겁 없고, 정 없고, 자비도 없고, 기억도 없는 인물로, 악당보다 더 사악한 방식으로 악당을 제압하는 탐정이다. 20년간 찾아 헤맨 어머니의 원수 김병덕(박근형)을 눈앞에서 놓친 그 순간 세상을 위협하는 거대 조직, 광은회와 마주한다.
[사진=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스틸]
개봉일을 정하는 똑똑함 만큼 영화의 완성도도 빛이 난다. 탐관오리를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괴롭히는, 정의롭지 못한 방법으로 정의를 구현한 홍길동의 모순성, 이름의 대명사로 취급되지만 정작 진짜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은 없는,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홍길동의 익명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결핍과 결함이라는 특성을 더해 어둡고 삐뚤어진 영웅을 다시 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으로 만들어 냈다.
시대를 가늠할 수 없는 배경, 익명의 도시로 영화 속에 새로운 세상을 구축한 뒤 이제껏 보지 못했던 과감한 조명과 색채로 포장했다. 시·공간이 모호한 배경, 그 위를 뛰어다니는 영웅은 실사임에도 만화영화를 보는 듯하다. 국내 영화에서는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이다.
[사진=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스틸]
영화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아역이다. 홍길동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 떨어질 줄을 모르는 두 자매, 동이(노정희)와 말순(김하나)은 철딱서니 없고, 눈치 없고,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이들이 날리는 웃음은 빗겨나가는 법이 없이 100%의 적중률을 자랑한다. 게다가 어린이의 순수함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는 없는 존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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