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시중은행들의 기업대출 규모도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 대상인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의 여신이 대부분 국책은행에 쏠려 있어 시중은행의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지만, 전체적인 업황이 좋지 않은 만큼 시중은행들도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우리, KB국민, KEB하나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의 2016년 1분기 기준 기업대출 총 잔액은 354조9510억원이다. 그 중 대기업대출은 79조2542억원, 중소기업대출은 272조8187억원이다.
총 기업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증가했다. 다만 조선·해운업의 불황으로 인해 시중은행들이 대기업대출을 줄이고 중소기업대출을 늘리는 형태를 이어갔다.
4개 시중은행의 지난해 대기업대출 잔액은 83조9796억원, 중소기업대출은 250조1836억원이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대기업대출은 5.6% 줄었고 중소기업대출은 9.0%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이 선제적으로 대기업대출을 줄였다. 지난해 1분기 신한은행의 대기업대출 잔액은 18조9360억원이었으며, 올해 1분기에는 18조3880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KEB하나은행은 27조5512억원에서 22조381억원으로 줄었다.
국민은행의 대기업대출은 지난해 1분기 16조8033억에서 16조9630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우리은행도 20조6891억원에서 21조8921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됨에 따라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규모는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리스크가 높은 대기업대출을 줄이면서 부실채권 관리에 돌입할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조선·해운업계의 신규 대출은 힘들다고 볼 수 있다"며 "이와 더불어 철강 등 전반적인 업권이 불황인 만큼 은행들도 적극적으로 기업대출 규모를 늘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건전성이 좋은 기업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어느 때보다 '옥석 가리기'에 신중해야 할 시기"라며 "대출자산 리밸런싱(재분배)을 통해 신용등급 'BBB' 이상의 우량자산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역시 시중은행의 대출채권 증감현황에 더욱 예의주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2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연체율은 0.70%로 전월 말(0.67%)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다. 그 중 기업대출의 연체율이 0.96%로 전월 대비 0.04% 증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의 대출채권 현황은 물론, 취약업종의 부실화 가능성 등 리스크 요인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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