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9일 한진해운 대표이사 취임 2주년을 맞았다.
조 회장은 2년전 기로에 선 한진해운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재계의 기대도 컸다. 하지만 현재 그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1977년 국내 최초 컨테이너 전용선사로 설립돼 세계 7위 해운사로 성장했던 한진해운은 최근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지만 보완을 요구받은 상태다. 특히 경영권 포기에 이어 사재출연 압박까지 받고 있다.
지난 26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상량식에 참석한 조 회장은 입을 굳게 닫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이튿날 서소문 대한항공 집무실에서 퇴근하는 그를 기다리던 취재진을 따돌리고 급히 떠나는 모습은 첩보작전을 방불케 했다.
불과 2년 전만해도 취임식에서 "경영정상화"를 외치며 "흑자 전환 때까지 무보수로 일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보이던 조 회장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국내 유일의 '육·해·공' 종합 물류 전문기업을 이어온 한진가(家)의 자존심에도 큰 상처를 입었다.
제수인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은 한진해운이 자율 협약 신청으로 주가가 급락하기 직전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한 의혹으로 금융당국은 물론 검찰에까지 고강도 조사를 받게 됐다. 앞서 지난 2014년 12월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의 여파도 온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다.
한진그룹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조 회장을 비롯해 그룹 전체로 퍼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하는 데까지 했다는 입장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회사가 실적 부진과 유동성 위기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던 2014년 조 회장이 회사를 인수해 1조원 이상 재원을 조달하며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1978년 2차 오일쇼크 이후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 시절에도 불황의 늪은 있었다. 당시 조 회장은 한진그룹 수석부사장으로 실무를 총괄하며 한진해운의 조기 경영정상화를 위해 대한항공의 지원을 주장하기도 했다.
한진해운 대표이사 취임 2주년을 맞은 조 회장은 지금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 나갈까. 그가 지난해 한진그룹 70주년을 기념해 발간한 조중훈 회장의 이야기 '사업은 예술이다'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선장이 키를 놓지 않는 한 전진하는 배는 흔들리지 않는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없이 존재할 수 없다. 나는 그룹의 힘으로 한진해운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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