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문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겸한 이번 시상식에서 수상작 <사일런스 디스코>는 ‘불통마저 소통의 양식’이 되어버린 아이러니한 세태에 대한 날선 지적을 하고 있는 수작(秀作)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강대 국제문화원 김창식 교수는 《한국산문》 2016년 5월호에 실린 심사평에서 “<사일런스 디스코>는 수필의 본연에 충실한 작품이다.
바람직한 요소와 구색을 갖추었다.
일상의 경험(사일런스 디스코)에서 소재를 취해 서술(춤 설명)과 묘사(춤판의 풍경)를 병용하고 사유를 개진하여 소통, 불소통의 문제를 짚어낸다.
에 더해 흥미로운 지식·정보로 읽는 이의 관심을 고조한다. 서양 각지에서 성행하는 SNS를 통해 불특정다수의 모범인 플래시 몹(flash mob), 경주 박물관에 소장된 신라시대 주사위인 주령구(酒令具)라든가 게임의 벌칙 중 하나인 금성작무(禁聲作舞)의 인용 등이 그것이다.
현재 서양에서 벌어지는 ‘트렌드’와 사일런스 디스코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과거 신라 시대의 ‘놀이문화’를 비교, 서술하여 동서양을 넘나들며 시공간의 확장에 성공을 거두었다.”라고 평하였다.
아울러 임헌영 문학평론가는 심사경위에서 엄현옥 문학을 소개하며 “큰일을 해낼 작가이며, 그의 작품의 품격과 앞날의 행보에 주목하기 바란다.”고 속 깊은 작가평으로 참석 문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에 엄현옥 작가는 <‘울기 좋은 터’를 찾아>라는 수상소감에서 “언제부턴가 문학 생산자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소비와 생산을 동시에 하게 되자, 내가 소비한 문학과 생산해야 할 문학 사이의 간극과 괴리감이 컸습니다. 빈곤한 상상력과 무딘 의식으로 채운 지면에 대한 반성 없는 일상은 무력감을 안겨주었습니다. 흐릿해진 영혼의 등피를 보며 ‘울기 좋은 터’를 찾아 나섰습니다.”라고 말하고, 이번 수상 소식에서 지루한 작업이 무의미한 일은 아니라는 따뜻한 격려를 받았다고 밝혔다.
엄현옥 작가는 장흥 출신으로 1996년 《수필과 비평》으로 수필 등단에 이어, 2008년 《수필시대》 평론으로 등단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집으로 《다시 우체국에서》, 《나무》, 《아날로그 건널 수 없는 강》, 《질주》, 《작은 배》, 《발톱을 보내며》 가 있으며, 그 문학 활동으로 인천문학상, 신곡문학상 본상, 민들레 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또한, 한국문인협회 이사이며, 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을 역임하기도 하는 등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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