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기업에 이어 언론사도 '옥석' 가리는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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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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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 장슬기 기자]

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최근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이슈로 금융당국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엄중한 '옥석 가리기'를 진행, 대규모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좀비기업을 퇴출한다는 게 당국이 추진하는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이다.

우리 경제의 기반을 다졌던 산업계가 단두대 위에 오른 만큼 정부는 물론 각 채권단, 노조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 재원으로 국민 혈세 투입이 불가피한 만큼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도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움직인다.

기업 구조조정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올해 초 성공적인 금융개혁을 위해 꼽은 주요 과제 중 하나다. 때문에 기자들은 임 위원장의 발언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업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해운사들의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긴박한 순간이라, 금융당국 수장의 발언은 구조조정에 있어서 큰 파급력을 주기 때문이다.

이 같은 중요한 시점에, 금융위는 지난달 말 임 위원장과 일부 언론사 간부가 참여하는 오찬 자리를 비밀리에 마련했다. 이 자리에선 최근 진행되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 현황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가 오갔다.

임 위원장이 일부 언론사 데스크들과 자리를 가졌다는 이야기가 밖으로 흘러나오자, 금융위 대변인실과 간사단은 뒤늦게 출입기자들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보냈다. 급하게 마련된 일정인 만큼 모든 언론사들에 공식적으로 알리지 못했다는 해명이다.

임 위원장의 개인적인 식사 일정까지 모든 기자들이 알아야 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주요 현안이 있는 상황에서, 임 위원장이 직접 팔을 걷어 부치고 언론사들에 협조를 부탁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정부의 한 기관이 비밀리에 일부 언론사만을 '옥석 가리기'해 정보를 나눴다는 점은, 맨 땅에서 취재를 하고 있는 수많은 기자들의 의욕을 떨어뜨린다.

기자들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정부는 곧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정부를 의미한다. 정부가 일부 언론사만을 골라 소통하는 미심쩍은 자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기업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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