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국책은행 중심의 기업 구조조정안을 내놨지만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 국책은행은 이미 많은 부실채권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구조조정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KDB산업은행은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을 관리해 왔으나 5조원이라는 거액의 적자를 면치 못했다. 금융위는 산은의 경영관리상 모럴해저드를 일부 인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또 다시 산은에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을 맡겼다.
임 위원장은 지난 달 29일 진행된 오찬간담회에서 "감사원이 산은의 자회사 관리책임에 대해 대대적으로 감사를 진행했고 대우조선 전 경영진들은 회사 측이 검찰에 고발한 상태"라며 "그 동안 조선 업황이 안 좋았고, 경영관리상의 모럴해저드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 위원장은 "산은이 심기일전해서 대우조선을 관리해 나가고 전문성 있는 경영진을 선임, 노사협력을 해 정상화를 추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다시 한 번 국책은행 중심의 구조조정을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여력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현재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조선·해운업 관련 대출액은 20조원이 넘는다. 그 중 지난해 말 기준 산업은행의 부실채권은 7조3000억원, 수출입은행의 부실채권은 4조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조직과 관련해서는 시장에서도 현재 산업은행 인력이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성공적인 구조조정 추진을 위해 산은의 구조조정 인력을 대폭 늘리고, 국내 및 해외 전문가를 활용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이어 "기업 구조조정 시 해당 기업을 가장 잘 알고 있고 여신을 보유한 채권단이 중심이 돼 해당 기업과 협의 하에 추진하는 원칙이 철저히 유지될 필요가 있다"며 "개별기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정부가 구조조정을 주도할 경우 전문성 부족으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WTO 제소 등 통상문제, 모럴해저드 발생 가능성, 특혜시비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원 마련과 관련해선 "중앙은행이 국가적 위험요인 해소를 위해 적극적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한국판 양적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판 양적완화의 방법으로는 산금채와 수은채 발행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와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생각할 수 있다"며 "특히 자본확충의 경우, 조선·해운업의 익스포저의 대부분을 산은, 수은이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 국책은행에 대한 자본확충이 시급하고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금융위는 필요 시 산업은행이 조건부 자본증권(코코본드)을 발행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건부 자본증권은 유사 시 투자 원금이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상각되는 조건이 붙은 채권이다.
금융위는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규모, 방식 등에 대해 기재부, 한은 등 관계기관과 금주부터 논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세부적으로는 재정이나 한은출자 방식 등을 고려할 수 있으며, 한은 출자의 경우 필요시 산은법 개정 등을 통해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정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까지 동원되는 것에 대해 실효성의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대변인은 "한국형 양적완화는 기업 구조조정에 돈을 풀겠다는 것이지만, 부실기업에 돈을 풀겠다는 정책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한다면 한은의 독립성 훼손 문제도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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