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정훈 기자 = "네. 잘 다녀왔습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밤 10시 20분경 김포국제공항 입국장을 나오면서 중국 출장에 대한 소감을 이 같이 짧게 전했다.
출장 기간 면도를 하지 않은 듯 그의 입가에는 하얀 수염이 듬성듬성 나 있었고, 피곤한 기색이 느껴졌다. 하지만 기자의 물음에 답변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실려 있었다.
이날 기자가 베이징 공장을 둘러봤냐는 질문에는 "네"라고 간단하게 답변했다.
정 부회장의 베이징 방문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그는 2분기 중국 자동차 판매의 변곡점이 될 수 있는 베이징 모터쇼를 방문하고, 하반기 완공되는 창저우 4공장을 살피는 등 실질적인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국내에서 열린 '2016 중국 딜러대회' 당시 정 부회장은 "신공장 건설 등으로 미래의 중국시장을 대비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한층 제고해 나갈 계획"이라며 "중국 내 최고 브랜드로 발전하기 위해 딜러 여러분들도 더욱 노력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는 단순 판매량뿐만 아니라 질적인 성장을 위해 중국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정 부회장과 현대차의 의지가 담겨있는 대목이다.
더불어 정 부회장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구체적인 중국 진출 시기도 조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 시장에서 중요한 목표로 △신공장 건설을 통한 지속 성장 기반 확립 △성공적 신차 출시 △판매 경쟁력 강화 등을 내걸었다.
정 부회장의 이번 출장도 목표 달성을 위한 연장선에 있다. 그는 이번 출장에서 내년 완공 예정인 충칭 5공장 방문은 뒤로하고, 완공이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창저우 4공장의 진척을 수준을 살피는 등 베이징에서 회의를 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30만대 생산 규모의 창저우 4공장과 충칭 5공장은 현대차그룹의 중국 연 200만대 판매를 위한 교두보다. 이에 정 부회장은 중국 담당자들에게 다시 한 번 신공장 건설과 신차 마케팅 강화 등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중국 시장 신차 라인업은 올 1분기 판매에 들어간 '아반떼(링동)', 이달 출시 예정인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있다. 하반기에는 모터쇼에서 공개한 '신형 엑센트(베르나)'와 하이브리드 모델인 아이오닉이 출시 예정이다.
중국은 현대차가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로 내건 501만대 달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지역이다. 올해 1분기 현대차의 중국 판매는 22만9011대로 지난해 1분기 27만9873대 대비 18.2%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 판매 목표가 지난해(505만대)와 비슷한 수준이고, 지난해는 중국에서 4월부터 7월까지 크게 부진했던 터라 신차가 많은 올해는 '상저하고'의 실적 패턴을 보일 것이라는 게 현대차의 예상이다.
이날 정 부회장은 출장 기간을 함께한 비서를 포함한 10여 명의 일행에게 수고를 치하하는 짧은 인사를 나누고 대기하고 있던 에쿠스를 타고 떠났다. 그가 입국장을 빠져나온 뒤, 차에 오르기까지는 채 2분여가 걸리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중국에서 회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신차 효과에 힘입어 중국 실적은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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