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세계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자 '대외 의존형' 국가인 한국경제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미국 재무부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한국을 환율 조작과 관련한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하면서 수출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은 '환율 조작국'에 해당하는 심층분석대상국 지정은 피했지만 주요 감시대상으로 지목됨에 따라 당분간 외환시장 개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악·최장의 부진을 기록 중인 한국 수출이 살아나려면 세계 경제가 회복돼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지만 세계교역신장률은 연일 악화 일로다.
세계교역부진에 따른 수출 악화는 경제성장률 하향조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최근 국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은행이 연 2%대의 경제성장률을 제시한 것이 그 실례다.
한국은행이 연간 경제성장률을 지난 1월 3.0%에서 2.8%로 하향 조정한 데는 세계 경제성장률 둔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세계 전체 교역 규모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수출 부진 원인은 세계 교역 축소와 글로벌 수요 부진이다. 수출 감소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긴 호흡으로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2014년까지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은 지난해 최악의 부진을 기록한 이후 아직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3월 한 자릿수를 기록하며 미약하나마 회복의 기미를 보이던 수출은 다시 두 자릿수로 감소 폭을 키웠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 4월 수출액은 410억 달러로 작년 같은 달 보다 11.2% 줄었다.
지난 1월 6년 5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인 -19.0%를 기록한 뒤 2월 -13.0%, 3월 -8.1%로 감소 폭을 줄여가던 수출이 다시 악화하는 모양새다. 월간 기준 최장기간 수출 감소 기록도 16개월로 늘어났다.
산업부는 세계 경기부진, 저유가, 단가하락 등 부정적 요인이 지속하는 가운데 4월 조업일수가 전년보다 1.5일 줄어들어 감소율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의 한국 수출 회복 전망도 어렵다는 점이다. 중국, 미국 등의 성장세가 둔화하며 세계 경제 회복이 애초 예상보다 지체되고 있어서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제시한 3.4%에서 0.2%포인트 낮춘 3.2%로 제시한 바 있다.
글로벌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공급 과잉이 지속하고 중국 등과의 경합 때문에 주력 업종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수출 부진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역시 대외 여건 악화가 지속되자 최근 들어 우리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승호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세계경제 회복세가 둔화하고 있는데다 국제금융시장 및 유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어 수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국내 수출만 증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출기여도가 1980년 이후로 크게 정체됐다. 작년을 제외하고 평균 3%대였다. 수출이 실상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것처럼 보일 뿐"이라며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발굴할 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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