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에서 꿩으로
눈멀고 귀먹은 사람
견오(肩吾)가 연숙(連叔)에게 말하길: “나는 접여(接輿)가 하는 말을 들었는데, 완전히 허풍으로 사리에 맞는 것도 없이 마구 떠들어대기만 해요. 놀랍고도 황당한 말로, 하늘의 은하수처럼 끝이 없었어요. 참으로 엉터리였습니다”
연숙이 물었습니다. “그가 무슨 말을 했는데요?” 그러자 견오가 접여의 말을 전합니다.
“멀리 고야산에 신인(神人)이 살았대요. 그의 살갗이 빙설처럼 희고, 자태가 처녀처럼 우아하다고 했어요. 그는 오곡을 먹지 않고, 바람 마시고 이슬만 먹고 살면서<흡풍음로(吸風飮露)>, 구름을 타기도 하고 용을 타고 날아다니면서 사해 밖에서 노닌다고 했어요. 그는 자신의 혼을 만물에게 불어 넣어, 병들거나 재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해주고 매년 곡물이 잘 익게 해준다는 것이었어요. 도무지 미친 사람 말 같아서 믿을 수가 없었지요.”
연숙이 견오의 말을 듣고 말하길: “그렇군요. 눈먼 사람은 아름다운 색깔이나 그림을 볼 수가 없고, 귀먹은 사람은 종소리나 북소리를 듣지 못하지요. 어찌 신체적으로만 그렇겠습니까? 지식과 사상에도 눈멀고 귀먹은 사람이 있지요. 바로 그대가 그런 사람 같군요. 접여가 말한 그 신인은 덕이 충만하여 만물에게 베풀고, 그래서 어울려 하나가 된 것이지요.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작은 이익이나 편견을 가지고 다툽니다. 색채를 식별하는 감각이 불완전한 사람을 색맹(色盲)이라 합니다. 민의(民意)의 색깔을 구별하지 못하는 군주의 증상을 민맹(民盲)이라 해요. 빨간 옷을 입고 다니면서 빨간 색깔을 인식하지 못하는 자가, 자신이 비정상인 줄을 모르고 정상인 사람을 보고 편견이 심하다고 색깔론 공세를 펼칩니다.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요?
모자 장수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송나라 사람이 많은 모자를 가지고 월나라에 팔러 갔답니다. 그런데 월나라 사람들은 머리를 짧게 깎고 문신을 하는 풍습이 있어 모자가 필요 없었답니다. 모자는 매우 유용한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월나라에 가보았으나 아무 쓸모가 없었다는 것이지요. 자기 생각이 보편적이지 않았음을 자각한 것입니다.
무위(无爲)와 덕정(德政)은 노장의 통치철학입니다. 군주가 백성을 덕정으로 다스리면 명군(明君)이라하고, 법치를 앞세워 강압으로 다스리면 폭군(暴君)이라 하며, 멍청해서 간신들이 설치면 혼군(昏君) 또는 암군(暗君)이라 했습니다.
맹자는 인의(仁義)를 저버리고 오만과 독선에 빠진 불통의 군주를 ‘잔적(殘賊)’이라 불렀습니다. 잔적한 자는 군주로서의 품격이 불량한 자이므로 제거함이 순리라고 했습니다. 순자는 「민심은 도도히 흐르는 물과 같다.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집어엎을 수도 있다<수가재주 역가복주(水可載舟 亦可覆舟)>」라고 했습니다.
불량한 군주는 몰아내야한다는 것은 맹자와 순자의 민본주의 사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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