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문화융성'에도 낙수효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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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0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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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상훈 기자]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 "광범위하게 퍼진 불공정이 문화예술계의 표준적인 규정처럼 자리잡았다. 예술을 만드는 예술가가 아니라 예술을 배달하는 유통업자가 예술의 주인처럼 돼가고 있다."

지난 3월16일 로이대응모임, 문화연대, 뮤지션유니온,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예술인소셜유니온,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화예술계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공동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소설가 손아람은 이같이 말하며 예술 창작자들에게 이른바 '열정페이'만 강요하는 한국의 문화예술계 현실을 규탄했다.

 로이엔터테인먼트(이하 로이)는 '응답하라' 시리즈(1994, 1997) '삼시세끼' '송곳' '프로듀사' 등에 배경음악을 제공한 방송영화음악 외주제작사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로이대응모임 등 단체들이 공개한 로이와 작곡가간의 저작물 계약서 사본에 따르면 "갑(로이)은 을(작곡가)에게 매월 지원되는 비용을 80만원으로 정한다"고 규정하며 "창작된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독점적으로 영구히 갑이 관리하며, 저작인격권의 행사는 영구히 갑이 행사하며 관리한다"고 돼있다. 한 술 더 떠 "갑은 필요시 저작물의 증감을 포함한 모든 변형을 할 수 있다"는 문구도 있다. 로이대응모임을 지원하는 변호인단은 로이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문화융성'을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내세웠고, 이에따라 문화체육관광부는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매월 마지막 수요일 전국 주요 박물관·미술관 무료 관람, 영화관 할인 등을 실시하는 '문화가 있는 날'이다. 시민들이 문화시설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간과해선 안되는 게 있다. 

문화융성은 위에서 세운 정책을 잡음없이 집행하거나 행사 참여자들이 많다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만약 그렇게 달성된다면 그것은 '문화 소비융성'일 뿐이다. 정부가 또다른 국정과제로 주야장천 강조하는 '창조경제'와도 맥이 닿으려면 문화의 뿌리, 즉 창작자들의 기반이 탄탄해야 한다. 부실한 토양에서 자란 식물에 물만 자주 준다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바랄 수 있을까.

혹 정부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미국 콜롬비아대 교수 등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거짓말" "실패했다" 등으로 결론내린 '트리클다운'(trickle-down·낙수효과)을 문화 부문에서 바라는 것은 아닐는지. 문화는 '톱다운'(top-down)이 아니라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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