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시진핑에 찍힌 마윈의 만회골 "이만하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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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0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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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2014년 9월19일. 알리바바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날이다. 상장첫날 알리바바 주식은 공모가(68달러)보다 자그마치 38.1% 급등해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상장당일 시가총액은 단숨에 2314억달러로 페이스북을 제쳤다. 중국의 민영기업이 이룩해낸 획기적인 사건이었으며, 전세계인들이 놀라워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성장세를 다시한번 경외했고, 마윈(馬雲) 회장과 알리바바 멤버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알리바바의 뉴욕증시 상장은 마윈 회장에게 크나 큰, 게다가 감당하기 쉽지 않은 멍에를 짊어지웠다.

알리바바의 성공적인 뉴욕증시 상장은 중국인들에게 자부심과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수많은 중국의 청년들은 마윈을 공부하고 스스로의 꿈을 키워오고 있다. 또한 세계인에게 중국경제의 성장을 다시한번 각인시켰다. 알리바바로서는 글로벌 명성을 드높이게 됐으며, 글로벌기업으로 올라서기 위한 큰 발걸음을 내딛는 계기가 됐다.

◆뉴욕상장이 불편한 중난하이

하지만 상장 성공의 환호성이 가라앉기도 채 전에, 중국내부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나기 시작했다. 볼멘소리는 주로 증권가, 금융권, 국유기업을 비롯해 관료사회 등이 진원지였다. 당시 중국의 관료들은 사석에서 "왜 알리바바가 상하이A주가 아닌 뉴욕증시에 상장을 했나"라는 푸념을 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기업이면 중국증시에 상장을 해서, 마땅히 중국증시에 기여를 해야 한다는 것. 알리바바의 뉴욕상장으로 상하이증권당국의 체면이 깎였다는 소리도 나왔다.

또 중국인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큰 돈을 벌었으면서, 뉴욕증시 투자자들의 배를 불려놓았다는 불만섞인 목소리도 뒤따랐다. 상장 이튿날 전세계 언론지면의 1면을 장식했던 마윈 회장의 환호 모습에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씁쓸해했다는 소문도 흘러나왔다. 중국 증권가에서는 정부가 알리바바를 조만간 '손 볼' 것이라는 말이 암암리에 돌았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사진=신화통신]


◆공상총국의 알리바바 저격

그리고 상장 4개월 후인 2015년 1월28일 국무원 산하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공상총국)이 알리바바에 포문을 열었다. 공상총국은 중국의 유통산업을 관장하는 부서로, 알리바바의 직접적인 감독부서다. 이 날 공상총국은 '알리바바에 대한 행정지도 작업 진행백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공상총국이 한 기업을 특정지워 백서를 발간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더해 백서는 ▲알리바바 직원들의 뇌물수수 ▲저질 짝퉁제품 유통 ▲40%에 못미치는 정품판매율 등을 적시했다.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를 작정하고 강도높게 비판한 것. 이에 격분한 알리바바측은 공상총국에 공식항의했다. 이에 공상총국은 알리바바의 19가지 문제점을 조목조목 나열하며 알리바바를 '짝퉁과 뇌물이 판치는 기업'으로 매도했다.

중국 당국과의 불화설에 뉴욕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기업의 명예회복은 물론, 주가방어를 위해서라도 알리바바는 적극적으로 당국의 백서발간에 대응해야 했지만, 알리바바는 이후 침묵했다. 이윽고 중국정부와 알리바바 사이의 공방전은 잠잠해졌다. 대신 알리바바는 자회사인 마이진푸(螞蟻金服)의 기업공개(IPO)를 서둘렀다. 마이진푸는 알리페이, 위어바오 등 초우량 인터넷금융업체들을 거느린 알리바바의 금융지주회사다. 2015년 연초부터 마이진푸의 IR팀은 밤낮없이 기업공개 준비작업을 밀어붙였다.

◆국유기업 대거 입성

IPO를 준비하던 마이진푸는 지난해 7월3일 1라운드 투자자모집을 종료했다. 마이진푸는 상장하기 전에 일부 지분을 투자자에게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택했다. 당시 지분매각의 기준이 되는 기업가치는 460억달러로 책정됐다. 마이진푸의 지분을 조금이라도 우선 매입하려는 민간투자자들이 구름떼같이 몰렸지만, 그들에게까지 순서가 돌아가지는 않았다. 우선 중국전국사회보장기금(사보기금)이 마이진푸의 지분 5%를 매입했다. 사보기금은 재정부 산하기구로 향후 중국의 양로기금(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이 고갈될 때를 대비해, 기금을 적립하고 운용하는 곳이다.

이 밖에 국가개발금융, 차이나라이프, 인민보험, 태평양보험, 신화생명보험 등 5곳의 국유기업이 각각 0.5%의 지분을 얻었다. 이 밖에 상하이시가 설립한 상하이국제그룹 산하 진푸(金浦)산업투자펀드도 지분을 취득했다. 공개된 투자자 중 춘화(春華)펀드는 국유자본이 아닌 민간이 설립한 펀드지만, 투자자가 누구인지는 베일에 가려있다. 진푸산업투자펀드와 춘화펀드의 취득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1라운드 모집에서 모두 얼마의 자금을 끌여들였는지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당시 지분매각 할인률은 37.5%가 적용됐다. 만약 향후 마이진푸의 상장후 시가총액이 1000억달러라면 이들 기업들은 가만히 앉아서 단기간에 300% 가까운 평가익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알리바바가 국가에 마이진푸의 지분을 헐값에 매각했으며, 국가에 큰 이익을 안겼다고도 볼 수 있다.

◆2라운드도 국유기업 일색

그리고 지난달 28일 마이진푸는 2라운드 투자자모집을 마감했다. 이번 자금모집에서는 기업가치가 600억달러로 산정됐다. 1라운드에 비해 30.43% 높아졌다. 할인률을 제외하더라도 1라운드 투자자들은 1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30%이상의 평가이익을 기록한 것.

2라운드 투자자 모집에는 중국 재정부 산하 국유투자기업인 중국투자공사(CIC)의 해외직접투자 계열사인 중투해외(中投海外), 국영은행인 건설은행 계열사인 건신신탁(建信信托), 국가개발은행의 자회사인 국가개발금융, 국무원 우정국 산하 중국우정그룹 등이 참여했다. 1라운드와 마찬가지로 국유기업 일색이다. 마이진푸측은 이들 기업들이 얼마의 지분율을 취득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이 밖에 어떤 투자자들이 참여했는지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다. 다만 2라운드 투자자모집에서 45억달러를 모집했다고 공개했다.

◆상장후 차익 5배 '초대박'

마이진푸는 중국 최대 인터넷금융서비스업체다. 실명 사용자수 4억5000만명을 자랑하는 온라인 결제플랫폼인 알리페이(즈푸바오, 支付寶)를 비롯해 사용자 2억6000만명을 자랑하는 온라인 투자상품 판매 플랫폼인 위어바오(餘額寶), 빅데이터 기반 금융정보 서비스 제공업체인 자오차이바오(招財寶), 모바일 재테크 플랫폼인 마이쥐바오(螞蟻聚寶), 인터넷 대출업체인 왕상(網商)은행, 인터넷 소비자금융업체인 마이화베이(螞蟻花唄), 인터넷 신용정보서비스업체인 즈마(芝麻)신용 등 성장성 높은 업체들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현재 중국 증권가에서는 마이진푸의 상장시점은 이르면 내년 초로 예상되며, 상하이A주에 등록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장후 시가총액이 1조위안을 넘길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조위안은 미화로 약 1600억달러다. 예상대로라면 이미 지분을 취득한 중국의 국유기업들로서는 최대 5배 이상의 평가이익을 거두게 되는 셈이다. 마이진푸가 의도적으로 국유기업만을 대상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결과적으로 국유기업들이 막대한 차익을 누리게 되는 구조임은 분명하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왼쪽 뒷모습)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류윈산 상무위원에게 알리바바의 기업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신화통신]


◆정부 대신 SCMP 인수?

이밖에도 알리바바는 지난해 12월 14일 홍콩의 일간지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20억6060만 홍콩달러(한화 약 3200억원)에 인수한바 있다. SCMP는 그동안 중국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기사를 내기로 정평이 나있는 홍콩의 유력지다. 홍콩 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동조하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때문에 중국 본토에서는 SCMP의 홈페이지가 차단돼 있다. 하지만 중국내에서도 VPN(가상사설망)을 통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홈페이지를 열람할 수 있으며, 홍콩에 관광을 가는 무수한 중국인들은 손쉽게 중국내에서 절대 접할 수 없는 논조의 SCMP를 접할 수 있다.

강한 언론통제정책을 사용하고 있는 중국 당국 입장에서는 SCMP는 골치아픈 존재인 셈이다. 직접적인 통제를 가하면 홍콩시민들의 반발심리를 자극한다. 인민일보, 신화사 등 중국의 관영매체가 인수하더라도 마찬가지 부작용이 발생한다. 때문에 중국정부가 내심 하고 싶지만, 드러내놓고 할 수 없는 일을 마윈 회장이 대신 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언론관계자들은 알리바바의 SCMP 인수 이후, SCMP의 대중국 비판적인 논조가 무뎌졌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다시 태어나면 상장 않겠다"

2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동안 알리바바의 뉴욕증시 상장, 공상총국의 알리바바 매도, 마이진푸의 1라운드 투자자모집, 알리바바의 SCMP 인수, 그리고 마이진푸의 2라운드 투자자모집이 이뤄졌다. 공상총국의 공격 이후 알리바바는 그야말로 친중국적이면서, 친공산당적인 행보를 보인 셈. 이 시점에 마윈 회장이 지난해 6월9일 뉴욕에서 진행된 뉴욕경제학클럽 강연에서 내놓은 흥미로운 발언이 다시금 중국에서 회자되고 있다. 발언은 이렇다. "내가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알리바바를 절대 상장하지 않고 그대로 운영했을 것이다. 알리바바 상장 이후 내 삶은 너무나도 피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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