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바다에 심는 생명, 바다가 품는 미래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

해양수산부 차관 윤학배

8세기초 당나라 서견(徐堅)의 기록인 초학기(初學記)에는 고래가 새끼를 낳은 뒤 미역을 뜯어 먹어 산후상처가 낫는 것을 보고, 고려인이 산모에게 미역을 먹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처럼 김이나 미역 등과 같은 해조류는 오래전부터 우리 생활속에 익숙하게 자리잡고 있다.

해조류가 연안바다속에 숲처럼 이룬 곳을 바다숲이라고 한다. 바다숲은 인류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또 수산생물에게는 기초 먹이원이자 어패류의 보육장, 산란장이면서 동시에 먹이를 찾거나 적으로부터 몸을 숨기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바다숲의 내부와 주변해역에는 다양하고 많은 어류들이 몰려드는 좋은 어장이 조성된다.

특히 바다숲에 있는 해조류들이 광합성을 하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가 줄어들고 질소와 인 등의 오염물질이 정화된다.

이외에 비타민·미네랄 등 인체에 유용한 성분을 다량 함유해 웰빙식품 개발이나 의약품·산업용 기능성 물질의 추출에도 활용할 수 있다. 상업적으로 이용가치가 높으며 바이오에탄올 등 바이오에너지원으로 활용 가능해 미래가치가 큰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연안의 바다숲은 해양오염과 기후변화, 과도한 어획으로 인해 바다 속의 해조류가 사라지는 바다사막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는 바다사막화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연안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갯녹음이 발생한 연안해역에 인위적으로 해조를 이식하고, 포자방출을 유도해 매년 3000헥타르 이상의 바다숲을 조성하고 있다. 이어 갯닦기 등 지반정비를 통해 바다숲을 가꾸고 있다.

하지만 '바다숲이 어떤 일을 하고, 왜 필요한지' 등에 대한 관심이 육지의 숲에 비해 부족하다보니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바다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관찰하기 쉽지 않고, 눈에 잘 띄지 않아 복원의 시급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나라 산과 숲도 국민의 무관심과 과도한 벌목으로 ‘민둥산’이라는 오명을 썼던 시절이 있다.

이후 국민의 관심속에 국가적 차원의 산림녹화를 추진한 결과,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인 레스터브라운이 “한국의 산림녹화는 세계적인 성공작”이라고 격찬할 만큼 전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푸른 숲이 됐다.

푸른 숲이 주는 혜택을 국민이 누릴 수 있게 된 것을 상기한다면, 바다숲을 복원하는 데는 무엇보다 국민의 관심이 중요하다.

4월5일 식목일은 육지에 나무를 심고 가꾸며 산림에 대한 사랑을 고취시키기 위해 제정된 국가기념일이다.

마찬가지로 2012년 법정 기념일로 제정된 바다식목일은 5월10일이다. 쉽게말해 바다에 해조류를 심는 날이다.

특히 바다식목일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지정한 기념일이다. 현재는 국민적인 인지도나 참여가 적은 편이지만, 해양수산부는 바다식목일을 알리기 위해 매년 기념식을 개최하고 국민이 바다숲 조성과정에 참여하는 열린 체험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로 4회를 맞는 바다식목일 행사는 '바다에 심는 생명, 바다가 품는 미래'라는 주제로 강원도 양양군 수산항에서 개최된다.

이번 바다식목일의 주제어는 산림녹화로 우리 산에 심은 생명이 소중한 자원이 됐듯이, 바다녹화를 통해 건강하게 가꾼 바다숲이 우리 후손의 삶의 터전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겼다.

우리 바다가 해조류로 넘실거리는 건강한 바다로 되살아나도록 국민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주실 것을 확신한다.

바다식목일이 해양수산부와 국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우리 모두의 바다녹화 축제일로 확대되길 기대해 본다. 위대한 산림녹화의 성공신화를 바다에 다시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