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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민병현 금감원 부원장보가 '자본시장의 불합리한 관행개선 및 신뢰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금감원]
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앞으로는 고객이 자신의 투자 성향보다 위험도 높은 상품에 가입하겠다 해도 금융사 직원이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특정 투자상품을 권유할 수 없게 된다.
3일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 불합리 관행 개선 및 신뢰 제고 방안'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투자 경험이 부족한 보수 성향의 고객에게 고위험 상품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투자성향 부적합 상품 판매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내주부터 각 금융사에 전달할 계획이다.
가이드라인에는 고객의 투자 성향보다 높은 위험 상품을 판매할 때 준수해야 할 절차가 담겼다.
자본시장법상 '적합성 원칙'에 따르면 금융사는 고객의 투자성향에 맞지 않는 금융상품을 팔 수 없다.
이에 비해 금융권 내부에서는 고객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높은 위험 등급의 금융상품을 스스로 산다는 '부적합 금융투자상품 거래 확인서'를 받아 사실상 면죄부로 활용해 왔다.
실제 금감원이 지난해 KB국민과 신한, KEB하나, 우리 등 4개 시중은행이 판매한 주가연계증권(ELS) 등 19조1000억원 어치 파생결합증권을 들여다 본 결과, 확인서를 받고 판 비중이 52.4%에 달했다.
이런 이유로 당국은 고객이 확인서를 썼다 해도 창구 직원이 특정 금융상품을 권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자신의 성향보다 높은 위험 상품을 사려는 고객에게 판매 상품의 목록만 수동적으로 제시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고객이 목록에서 펀드나 ELS 등 특정 상품을 선택해 물으면 그때 해당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시하는 식이다.
금감원은 이를 어기는 투자사를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밖에 금융당국은 코스닥협회와 금융투자협회가 참여하는 '4자간 정기 협의체'를 가동해 기업과 애널리스트간 의견차도 조정해 나가기로 했다.
또 주가조작 및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 행위를 엄단하기 위해 '전력자 데이터베이스'를 강화하고, 핵심투자설명서 도입, 기업공개(IPO) 수요예측 제도 개선, 인터넷 펀드 판매 실태 점검 및 금융사 임직원 자기매매·자전거래 단속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민병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현장 곳곳에 있는 부당한 관행을 개선하는 등 투명한 시장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국내 자본시장이 시장 참가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단계 발전, 성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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