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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3일 서울 중구 명동소재 은행회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경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NH농협금융지주 제공]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3일 부실여신에 대해 "빅배스(Big Bath) 등의 형태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소재 은행회관에서 개최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어느 정도의 충당금을 쌓기 위해 한 번은 빅배스를 해야 한다"며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적자가 나고 수익이 덜 나더라도 한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말했다.
빅배스는 경영진 교체 등의 시기에 잠재 부실을 모두 털어내는 회계기법이다.
농협금융은 STX조선해양에 대한 충당금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창명해운의 법정관리로 순이익이 급감했다. 농협금융의 대기업 여신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올 2분기뿐만 아니라 연말까지 충당금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회장은 "취약 산업에 대한 부실채권이 1분기 손익에 피해를 끼쳤고 남은 2·3·4분기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농협중앙회 이사회를 통해 빅배스를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농협금융은 올해 외부 전문 인력을 충원해 지주 내에 산업분석팀을 신설했고, 부실 여신 조기 경보시스템·편중여신 한도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는 "조선·해운업에서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본 뒤 빅배스 시행 시기나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명칭사용료나 배당 때문에 빅배스를 단행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협 내부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만 해도 엄청난 진전"이라고 덧붙였다.
또 김 회장은 올해 농협금융의 대기업 신규 여신을 취급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는 "특히 농협금융은 조선, 해운, 철강 등 5대 취약업종에 대한 부실채권에 많이 노출돼 있다"며 "대기업 여신은 정리가 마무리될 때까지 신규 취급이 어렵다. 취급할 수 있는 범위에서 벗어나는 부분은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성장 가능성이 높거나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여신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가계대출을 유지하되 기업에 대해서는 성장 가능성이나 기술력을 보며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농협금융이 부실채권을 쉽사리 정리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최근에는 배당도 줄였고 편중 여신도 가급적 회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충당금을 지속적으로 쌓으면서 상황이 악화될 때에는 액션을 취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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