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내년까지 생물을 죽일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살생물질과 이 물질이 들어간 제품을 전수조사하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해 살생물제품 허가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호중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은 "가습기 살균제 같은 사고 재발을 막으려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살생물제 전반에 대한 관리 체계를 도입해 사각지대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살생물제(Biocide)란 원하지 않는 생물체를 제거하기 위한 제조물을 뜻하는 것으로, 가습기 살균제나 각종 항균·방균제 등이 모두 해당한다.
또 올해부터 2년 동안 살생물질과 살생물 제품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살생물제품 허가제를 도입해 허가 가능한 물질만 제품 제조에 쓰도록 하고, 비허가 물질로 만든 제품은 단계적으로 시장에서 퇴출할 방침이다.
생활화학제품 관리대상 품목을 확대하고, 사용되는 원료물질의 위해성 평가와 안전기준, 표시기준 등도 강화하기로 했다.
가습기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 및 판정 절차도 예정보다 앞당기기로 했다.
피해자 조사기관으로 지정돼 있는 서울아산병원 측과 협의해 3차 피해조사 신청자 총 752명에 대한 조사 및 판정 완료 시점을 당초 2018년 말에서 2017년 말로 1년 단축할 계획이다.
또 국립의료원을 조사기관으로 추가 지정해 4차 피해 신청자 조사를 올 하반기에 착수, 내년 말까지 완료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4차 피해 신청자 접수를 이달 25일부터 시작했다.
이 환경보건정책관은 "보다 신속한 조사를 위해 다른 대형 병원들을 조사기관으로 추가 지정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지만 책임소재 문제 등으로 부담을 느끼는 병원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1차 질병관리본부(361명), 2차 환경부(169명)를 통해 총 530명의 피해 신청을 접수, 이 중 221명에게 총 37억5000만원을 지급했다. 환경부는 이와 관련해 가습기 살균제 제조 및 판매사 13곳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13개 업체는 한빛화학, 옥시레킷벤키저, 용마산업사, 롯데쇼핑, 홈플러스, 제너럴바이오 주식회사, 홈케어, 세퓨, SK케미칼, 이마트, 퓨앤코, 지에스리테일 등이다. 산도깨비는 제조 및 판매사 가운데 산도깨비는 정부의 구상금 청구에 응해 소송 대상에서 제외됐다.
환경부는 또 가습기 살균제 피해 인정 범위를 비염이나 기관지염과 같은 경증, 간이나 심장, 신장 등 폐 이외의 장기 질환으로까지 확대하기로 하고 '폐 이외 질환 검토 소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기로 했다.
소위원회는 1∼3단계 건강모니터링 자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피해자 질환정보 자료 등을 분석하고 주요 제품 성분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독성학적 연구, 역학조사, 조직검사 등을 하게 된다.
또 가습기 살균제 폐손상 조사·판정위원회 및 환경보건위원회 등에서 조사·판정 기준이 마련되면 개인별 피해 판정을 거쳐 추가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환경부는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인산염이나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 이외에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와 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 성분 등을 원료로 사용한 제품에 대해서도 위험하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이들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에 대해 객관적 조사를 토대로 피해를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 또한 정부가 객관적인 조사 근거를 토대로 수사를 의뢰해 온다면 CMIT와 MIT 성분 등을 원료로 사용한 애경, 이마트, GS리테일 등이 제조·판매한 여타 제품의 수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그동안 가습기 피해자들의 민원이 빗발치는 가운데서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가 최근 검찰 수사로 이 사건에 대한 여론이 급속히 환기되자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환경보건정책관은 "그동안 피해 판정이나 조사 등 피해자 구제를 위해 정부도 최선을 다해왔다"며 "앞으로 조사 판정이나 기준을 넓히는 부분에서도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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