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임의택 기자 =과거 자동차업계에서는 400만대 생존설이 유행한 적이 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산규모가 400만대는 되어야 한다는 ‘규모의 경제’ 논리였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자동차업체들 사이에는 ‘합종연횡’이 유행했고, GM과 포드 같은 미국 기업들은 유럽 업체들을 사들이면서 규모를 키워갔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철저한 계획 없이 규모만 키웠던 GM과 포드는 경영난에 봉착했고, GM은 결국 파산보호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포드의 경우 잘못된 길임을 깨닫고 서둘러 인수업체를 다시 매각해 위기를 벗어났으나, 그로 인해 입은 손실이 엄청났다. 이는 제조업에서 문어발식 확장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후 완성차업계에서는 규모의 경제 논리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200만대의 생산규모의 BMW나 다임러그룹 등이 높은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규모보다는 수익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자동차와 연관 없는 사업에 한 눈 팔지 않고 선택과 집중을 중시했다.
최근 위기에 빠진 현대상선과 현대중공업의 인수자로 현대차그룹이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잇따른 부인에도 불구하고 잊을 만하면 나오는 얘기다. 현대차 그룹 관계자는 “인수할 생각이 없는데도 계속 거론되는 게 피곤하다”고 토로한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분야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자동차사업에 집중한다고 천명한 지 오래다. 실제로 기업 인수에서 자동차와 관계없는 기업을 인수한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세간에서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의 일부 사업 분야가 현대차그룹과 관련이 있다고 하지만, 정작 현대차그룹은 시너지 효과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현대자동차는 기아차를 인수한 이후 800만대 규모의 세계적인 완성차업체로 거듭났으나, 최근 중국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완성차사업에 집중해도 어려울 판국에 사업관련성이 없는 기업의 인수후보로 자꾸 거론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크나 큰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이면서도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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