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4일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로부터 ‘모욕죄’ 혐의로 고소당한 가운데 그룹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조종사 노조의 행위는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조 회장은 유동성 위기의 한진해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지난 3일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자리까지 반납하는 등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여기에 내홍을 앓던 대한항공 노사갈등이 폭발해 법적공방으로까지 번지면서 조 회장의 근심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4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 회장은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로부터 모욕죄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날 오후 대한항공 조종사 800여명을 포함해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 총 1400여명의 현직 조종사는 조 회장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처벌해달라는 고소장을 이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제출했다.
이어 “그룹 현안으로 인한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조종사노조가 회사 경영층에 대한 고소 조치를 취한 것은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한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조 회장이 지난달 13일 대한항공 소속 한 부기장의 페이스북 게시글에 ‘조종사 업무가 뭐가 힘드냐’는 취지로 직접 단 댓글을 문제 삼았다.
당시 조 회장은 “전문용어로 잔뜩 나열했지만 99%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운항관리사가 다 브리핑해주고, 기상변화는 오퍼레이션센터에서 분석해준다”며 “조종사는 GO, NO GO(가느냐, 마느냐)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AUTO PILOT(오토 파일럿·자동항법)으로 가는데”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주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죠. 과시가 심하네요. 개가 웃어요. 마치 대서양을 최초로 무착륙 횡단한 린드버그 같은 소리를 하네요. 열심히 비행기를 타는 다수 조종사를 욕되게 하지 마세요”라고 덧붙였다.
이후 조 회장의 댓글을 문제삼아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대한항공 새노조뿐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제주항공 조종사들과 탄원서 연대 서명에 나서며 고소를 준비해왔다.
당초 지난달 28일 제출하려던 고소장은 사측이 조종사노조원 23명에 대한 기존 고소를 일괄 취하하면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 했다.
그러나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내부에서는 타소속 조종사들도 탄원서 연대서명에 나섰던 만큼 조 회장에 대한 고소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에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지난 3일 조 회장 고소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시한으로 잡고 사측을 압박했다. 이후 대한항공이 1.9% 임금인상 입장을 고수하면서 조종사 노조는 고소 방침을 최종 확정했다.
조종사 노조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당시 대한항공 부기장과 조 회장이 주고 받은 페이스북 화면 캡처 사진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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