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회수가 불투명해 손실 가능성이 큰 출자보다 투입한 자금을 다시 회수할 수 있는 대출과 같은 방식을 선호한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이주열 총재는 4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에 들어갈 땐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면서 "국가의 자원을 배분하는 것인데 손해를 보면서 이를 활용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2008년 글로벌 위기 때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AIG에 대출해 줄 때 (손실 최소화) 원칙을 철저히 지켜 전재산을 담보로 잡기도 했다"면서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기본 책무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주열 총재는 한 발 더 나아가 과거 2009년 조성한 바 있는 은행자본확충펀드를 그 대안으로 꼽았다.
은행자본확충펀드는 한은이 채권을 담보로 시중은행에 대출을 해 줘서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고 은행권이 기업 부문에 자금을 원활히 공급하고 실물경제 지원과 구조조정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마련된 것이다. 앞서 한은은 2009년 3월 이런 방식으로 산업은행에 3조2966억원을 대출했고, 이후 이를 전액 회수했다.
그는 "2008년 자본확충펀드를 만들었는데 한은이 출자한 것은 아니다"면서 "확실한 담보, 그것도 국채와 정부보증채만 담보로 해 대출해 주며 중앙은행의 기본 원칙에 부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출자를 100% 배제하자는 것은 아니다"면서 "손실 최소화 원칙에 따르는 방안이 무엇이 있냐를 협의해서 논의하자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주열 총재는 또 한은 발권력을 동원하는 데 있어 법 개정보다 타당성이 먼저라는 입장을 보였다. 산업은행법이 개정돼 한은이 산은에 직접 출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만으로는 발권력을 동원하는 데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그는 "물론 법을 개정하면 조치할 수 있는 길은 열린다"면서도 "단 타당성이 있어야 하는 거지 법이 있다고 전부가 아니다"고 전했다. 이어 "수출입은행법에 (한은이) 출자할 수 있는 기관으로 돼있는 것이지 출자를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한은 총재가 수은·산은 등에 대한 출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임에 따라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 논의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한은 출자에 무게를 두고 있어 구체적인 방안을 놓고 양측간 줄다리기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와 한은은 이날 국책은행 자본확충 태스크포스(TF)의 첫 회의를 열고 국책은행 자본확충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구조조정 실탄' 마련을 위해 정부와 중앙은행 정책 수단을 포괄적으로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이 총재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자들을 만나 구조조정과 관련해 "결론이 나면 국회와 국민하게 설명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주열 총재는 "적절한 때에 적절하게 말한 것으로 이는 정부로서 하나의 원칙이다"며 "구조조정에 전문성이 없는 중앙은행이 재정의 역할을 담당하게 될 때는 납득할만한 필요성이 있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부총리의 말이 상당히 적절하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