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과학기술 R&D 투자 60조원, 과학기술인력 56만명, 과학기술 경쟁력 전 세계 6위."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현 주소다. 지난 1966년 최초의 과학기술연구소인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설립 이후 50년 동안 과학기술은 주력산업을 이끌며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남북 전쟁 등의 고난의 시대를 이겨냈다는 점에서 과학기술의 발달은 한국인의 높은 긍지를 보여준다. 과거 가난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GDP에서 과학기술 R&D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963년 0.23%에서 현재 4.29%로 약 19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OECD 34개 회원국과 주요 7개 신흥국 등 41개국 가운데 1위에 해당하는 투자 규모다.
R&D 투자로도 1963년 12억원, 1977년 1000억원, 1996년 10조원 등 지속적으로 늘면서 현재는 약 60조원을 투입하고 있다. 과학적 연구성과물인 논문의 경우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에 등재된 논문만 2013년 5만7458건에 달하면서 전 세계 12위로 올라섰다.
미국, 일본, 유럽의 특허청에 모두 등록된 특허인 '삼극특허 등록 수'와 '표준특허 보유 건수'에 있어서도 각각 세계 4위, 세계 5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공공기관의 기술이전 건수는 2005년 1580건에서 2014년 8524건으로 5배 이상 늘었으며, 기술무역의 무역수지도 같은 기간 0.36에서 0.63으로 점차 개선되고 있다.
세계 주요 평가기관들도 우리나라 과학기술 분야의 비약적인 성장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2014년부터 3년 연속 1위로 꼽았고,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6위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그간 양적인 측면으로만 빠르게 성장한 나머지 질적인 측면이 미흡하다고 우려한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 32년간(1981년~2013년) 총 R&D 누적액을 비교하면 미국은 우리보다 15.4배, 일본은 7.4배 더 많다. 중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R&D 투자를 늘려 지난 2001년 우리나라를 추월했으며 최근 그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최종배 미래부 과학기술전략본부장은 "우리나라 R&D 투자 규모가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에 비해 기간이 짧다"면서 "R&D 투자 확대와 효율화를 병행해 적재적소에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논문의 질적 수준을 나타내는 피인용 횟수 순위는 31위에서 정체돼 있어 정부의 연구업적 평가 시스템이 개선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각국이 뛰어들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스마트자동차 등 '4차산업'으로 불리는 미래 시장을 대비한 과학인재 양성과 연구 지원제도가 속도를 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선우명호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는 “미래 신사업으로 꼽히는 전기차 분야는 기술에 뒤지면 생존이 어렵다"면서 "우리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식의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