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권력 동원' 꺼리는 한은… 복잡해진 국책은행 자본확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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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08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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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구 기자 k39@aju]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한국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에 대해 잇따라 난색을 표하면서 이를 놓고 셈법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정부는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라고 있지만 한은은 원칙론을 내세우면서 발권력 동원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들이 함께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방안을 논의해 오는 6월까지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지만, 이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실제 이주열 총재는 앞서 지난 4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에 들어갈 땐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면서 "국책은행 자본확충은 출자보다 대출이 적합하다"고 밝힌 바 있다.

중앙은행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무조건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즉 자금 회수가 불투명한 출자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나타낸 셈이다.

이 총재가 자본확충펀드를 꺼내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자본확충펀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대출이 부실해지면서 시중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자 은행들의 자본확충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한은이 채권을 담보로 은행에 대출해줘 각 은행의 BIS 비율을 높이고, 이를 통해 은행권이 기업 부문에 자금을 공급하고 실물경제 지원과 구조조정에 나서도록 한 것이다.

앞서 한은은 이런 방식으로 지난 2009년 3월 산업은행에 3조2966억원을 대출해줬고, 이후 이를 전액 회수했다.

발권력 동원은 통화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한은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방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일본·유럽 등 일부 국가가 발권력을 동원한 양적완화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는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으로 낮추고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등 재정·통화정책를 전부 활용했음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때문에 한은은 현재 기준금리가 1.50%로 아직 추가 인하 여력이 남아있어 발권력 동원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한은이 직접 국책은행에 출자해주기를 내심 바라는 눈치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책은행에 출자하는 것은 통상 재정의 역할이지만 경제 정책이라는 것이 환경에 따라 변하고 필요하다면 우선 순위가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추가경정예산은 국회 동의가 필요해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걸리는 데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나타나면서 통과 여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또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추경을 편성할 경우 재정 건전성을 해치고 부실기업에 국민의 세금을 쏟아붓는다는 비판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이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은의 직접 출자는 현행법상으로 수출입은행에 대해서는 가능하지만, 산업은행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 이에 정부는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위해 산업은행법 등 관련 법까지 개정할 수 있다며 한은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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