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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체제 2년]지시 대신 ‘의견’, 설득 대신 ‘행동’ 이재용의 ‘부회장 리더십’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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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0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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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과 도출 기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 결단도 ‘마하’의 속도로

지난 1월 18일, 삼성드림클래스 겨울캠프가 열린 충남대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학생들과 스마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삼성그룹]


아주경제 채명석·박선미·한아람 기자 =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인수하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 것이죠?”

2014년 가을,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에 채권단이 제안한 KAI 인수 안건이 올라오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테크윈 경영진들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당시 삼성 내부에서는 KAI 인수전 불참을 포함한 방위사업 중단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발표를 미루고 있던 상태였다. 때문에 이 부회장도 명쾌한 답변을 듣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꿰뚫고 있었다.

그런데도 왜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일까. 이 부회장은 그동안 머릿속에 구상해왔던 관련 계열사의 정리방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명분이 필요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그룹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한화그룹에 매각한다는 중대 발표를 내놨다. 이 거래는 양 그룹 대표인 이재용 부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간 담판을 통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사업 지속 여부를 두고 장기간 고민해왔던 삼성과, 방위사업을 더 키우고 싶던 한화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묘수였다.

◆삼성은 변화중...'설득' 대신 '의견' 구하는 JY
오는 10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입원한 지 2년이 된다. 이날을 기점으로 삼성그룹의 구심점은 ‘이건희’에서 ‘이재용’으로 전환됐다. 이재용 체제의 삼성그룹은 ‘의견을 구하고, 빠르게 결론을 내리며, 직접 행동한다’로 요약된다.

복수의 삼성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최고경영진 회의나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이걸 해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의견'을 제시한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이 주로 활용한 “이걸 해야한다”는 ‘설득’과는 큰 차이가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연륜이나 경력에서 모두 선배인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에게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지 않고 의견을 제시하고 자문을 구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 부회장의 의견은 객관적인 분석과 고민을 통해 얻은 결과물"이라며 "CEO들은 자신도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며 이에 동의하고 자발적으로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조용하지만 강한' JY의 책임경영
CEO는 부모와 같아 자식(직원)이 실수를 저지르면 자기 몸을 던져서라도 지켜줘야 한다. 이 부회장은 그룹사의 과오를 계열사 대표에게 떠넘기지 않고 직접 나서서 해결하려고 한다.

지난해 삼성서울병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의 진원지로 드러나며 사회에 파장을 일으키자, 그해 6월 이 부회장은 직접 국민들 앞에 나서 머리를 숙여 사죄했다. 대국민 사죄는 그가 직접 책임을 지겠다며 자원한 것이다.

이 회장 입원 후, 이 부회장의 직함에는 삼성생명공익재단 및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이 추가됐다. 이는 이 회장이 맡아왔던 자리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생명 지분 2.18%, 삼성문화재단은 생명 4.7%, 화재 3.1% 등의 지분을 갖고 있는 등 그룹 지배구조에서도 중요한 곳이다. 두 재단 이사장직 승계로 이 부회장은 이미 그룹의 대권을 거머쥔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의 회장 승진은 삼성그룹 인사의 최대 관심 사안이다. 하지만 그 시기가 언제일지는 불투명하다. 이러다 보니 부회장에 머물러 있는 그에 대해 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도 일각에선 나오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 부회장은 회장이란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미 삼성그룹은 회장이 없더라도 조직의 동요 없이 회사가 물 흐르듯 운영되는 ‘시스템 경영’을 정착시켰기 때문이다.

빠른 의사결정 체제 구축을 위해 아래로부터의 의견을 중시하는 ‘바텀업(Bottom-Up)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동생들도 든든히 뒤를 받쳐주고 있다. 그룹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 있는 만큼 회장 승진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판단이다.

재계 관계자는 “회장이라는 직함을 통한 책임보다는 현장을 뛰어다니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만나고 삼성이 이뤄내야 할 역할을 실천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스타일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 삼성의 핵심은 '빠른 의사결정'
이 회장 시절, 삼성전자는 평균 2~3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프로젝트를 무조건 6개월 안에 결과물을 내야 했다. 결과물의 틀을 잡아놓고 단점을 개선해 나가면 된다는 식으로, 중간 과정의 의사결정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외국계 기업들은 삼성전자의 문화를 좀처럼 이해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는 이 기간이 3개월로 좁혀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만큼 빠르게 결정하고 신속하게 행동하자는 의미로 보면 된다"며 "스타트업처럼 빠른 의사결정체제를 구축하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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