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에 유리한 보고서' 서울대 교수, 구속 전 유서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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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0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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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측에 유리한 보고서를 써 준 혐의 등으로 구속된 서울대 수의대 조모 교수(57)가 구속 전 유서를 남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교수는 유서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충분한 증거를 면밀히 검토해 수사했으며 법원도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조 교수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동인의 김종민 변호사는 8일 서울고검 청사 부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교수가 검찰 수사 때문에 심적 고통을 느끼고 유서를 남겼던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조 교수는 가족과 제자, 변호인 등에게 5∼6통의 유서를 썼다"며 "작성 시점은 정확하지 않으나 구속되기 일주일에서 열흘 전쯤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유서가 검찰에 압수된 상태여서 가족과 제자에게는 어떤 내용으로 유서를 썼는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변호인에게는 "모든 진실을 밝혀달라"는 취지로 적었다고 김 변호사는 전했다.

또 "검찰 수사에서 강압수사는 없었다"면서도 "조 교수는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권모 연구원이나 옥시 관계자 등과 대질조사를 원했지만 이뤄지지 않는 등 방어권이 충분히 행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 교수가 수사를 받으면서 '벽을 보고 얘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식으로 토로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조 교수 관련 수사가 충분한 증거 확보와 검토 없이 이뤄졌다면 구속영장이 발부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조 교수를 지난 4일 긴급체포했다. 당시 수사팀은 조 교수의 혐의뿐만 아니라 그가 유서를 남기는 등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까지 두루 감안해 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조 교수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 교수의 심경이 극도로 불안했던 점이 긴급체포와 영장 청구를 결정한 배경"이라며 "옥시 측과의 대질조사 필요성을 따지기에 앞서 신병 확보가 우선시됐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권 연구원과 조 교수의 대질조사는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조 교수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명하복' 방식의 연구팀 분위기에 비춰 대질조사의 실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성분과 폐질환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의 조 교수 연구팀 보고서를 근거로 제품 판매를 강행한 옥시 측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부장검사)은 9일 신현우 전 옥시 대표와 김모 전 옥시연구소장을 2차로 소환 조사한다.
신 전 대표는 문제의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 인산염 성분이 든 가습기 살균제(제품명: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가 출시된 2001년 옥시 대표를 지냈다.

김 전 연구소장은 당시 제품 개발 실무 책임자였다. 두 사람은 지난달 26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PHMH 인산염 성분의 유해성을 사전에 알았는지 등을 조사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소환했던 유해 가습기 살균제 '세퓨'의 제조사 버터플라이이펙트의 오모 전 대표도 9일 다시 불러 조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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