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영화관 CJ CGV가 영화 값 2만 원 시대를 열었다. 업계에서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는 CGV가 욕 받이로 몸살을 앓는 동안 2위 업체 롯데시네마도 슬그머니 주말 영화 가격을 올렸다. "주말 관객을 주중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란다.
익숙한 변명이다. 지난 2014년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가 주말(금요일~일요일) 요금을 평일(월요일~목요일)보다 1000원 인상했을 때 내놨던 바로 그 구실이다. 하지만 관람객이 주말에 몰리는 현상이 해소되었는가?
대중은 당시에도 그랬던 것 처럼 "영화관에 가지 않겠다"며 분개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뜨거웠던 냄비는 금방 식었다. CGV가 가격을 인상한 지 불과 2개월이 지난 지금,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의 사전 예매율을 95%에 육박했고, 개봉 12일 만에 734만 명이 영화관으로 몰렸다. "앞으로 영화는 VOD로 보겠다"는 반응에 "그래도 대작이 개봉하면 열광하며 극장으로 달려가겠지"라는 조롱 댓글은 현실이 됐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의 흥행은 쉽게 화내고 더 쉽게 잊는 관객이 만든 결과다. '나 하나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우리는 언제나 극장에게 주도권을 내어줬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