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유가를 대하는 사람들의 심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국제유가는 과거 30년 가운데 60%에 이르는 기간 동안 배럴당 평균 30달러 미만을 기록했다. 구소련 붕괴 직전인 1991년부터 1998년 사이는 기록적인 저유가 시대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평균 19달러에 불과했다. 1985년 이후 30년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근월물의 연평균 가격을 보면 배럴당 평균 30달러 미만이었던 해가 전체의 60%에 달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7월 배럴당 145달러까지 치솟았던 때를 더 강하게 기억한다. 그래서 "지금의 유가 하락기가 조만간 끝나고 금새 반등하지 않을까"하고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세계 최대 원유 수요국인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족'과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에 따른 '공급 증가'로 인한 기록적인 저유가 시대, 그 난국을 헤쳐가기 위해 모인 지난 4월 카타르 도하 산유국 회의에서의 산유량 동결 합의 결렬 등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 최근 유가 급등은 설명하기 어렵다.
물론 최근 미국의 산유량 감소, 남미의 이상 기후로 최대 가뭄을 맞으면서 수력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 브라질의 원유생산 차질, 나이지리아 송유관 화재, 달러 약세 등 유가를 견인하는 요소들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즉 펀더멘탈(기초체력)에 기인하지 않는 상승 장세는 기대감이 쌓아 올린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 유가는 자본주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총과 칼을 대신해 헤게모니 싸움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앞서 언급한 수요와 공급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것 이상의 국제 정치 이슈도 함께 담고 있다.
글로벌 저성장에 따른 수요 부족과 넘쳐나는 오일의 공급이 단 기간에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면 유가 상승의 키는 자연적으로 석유수출기구(OPEC)의 대표국인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로 귀결될 것이다. 아울러 단기적으로 향후 열릴 도하 산유국 회의에서의 동결 합의가 쥐게 될 전망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각국의 정책과 실타래처럼 얽힌 국제 정치적 상황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때문에 유가에 투자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은 단지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한 번에 큰 금액을 투자하기 보다는 분할 장기접근이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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