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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엘리펀트송’ 우리 모두는 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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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12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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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엘리펀트송’은 정신과 의사 로렌스 박사의 실종 사건을 둘러싸고 병원장 그린버그와 로렌스 박사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환자 마이클, 마이클을 보살피고 있는 간호사 피터슨 사이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진=수현재컴퍼니 제공]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연극 ‘엘리펀트송’을 처음 보면 영화 ‘날 보러와요’가 떠오른다. 의사가 폐쇄된 공간인 정신병원에서 절대자로 군림하며 약자인 정신병 환자를 상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닮아 있다. 그런데 이것이 큰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엘리펀트송은 정신과 의사 로렌스 박사의 실종 사건을 둘러싸고 병원장 그린버그와 로렌스 박사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환자 마이클, 그리고 마이클을 보살피고 있는 간호사 피터슨 사이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엘리펀트송’이 먼저 국내에 알려졌지만 연극이 원작이다.

연극 초반 관람객들은 환자 마이클에게 동정심을 느낄 지도 모른다. 마이클은 로렌스 박사의 행방을 추궁하는 병원장 그린버그에게 자신이 로렌스의 성적 노리개였다고 고백한다. 로렌스가 갑자기 사라진 이유도 마이클이 그의 성폭력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은 마이클의 자작극이다. 로렌스는 누나의 병간호를 위해 쪽지를 남긴 채 급하게 떠났고, 마이클은 이 쪽지를 숨겨 로렌스의 행방에 대한 의혹만 증폭시킨다. 극의 결말엔 더 큰 반전이 있지만 아직 연극을 못 본 관객을 위해 극중 인물에 대한 얘기로 갈음한다.

마이클은 어린 시절 엄마의 사랑을 받지못한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엄마는 어린 마이클을 돌보기보다 자신의 직업인 성악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인물이었다. 극 제목인 ‘엘리펀트송’은 엄마가 마이클에게 들려준 노래이기도 하다.

마이클은 영악하고 머리가 좋은 인물이다. 정신병을 앓고 있지만, 병원장 그린버그와 간호사 피터슨을 들었다놓았다 하며 극의 전반을 이끌어간다. 물론  관객 역시 마이클의 장난에 놀아나기는 마찬가지다.

극의 핵심 구조는 마이클과 그린버그의 치열한 심리게임이다. 처음엔 마이클의 성폭력 피해 고백을 믿지 않은 그린버그는 로렌스의 서랍에서 발견된 마이클의 나체 사진을 보고 생각을 바꾼다. 그러나 이 역시 마이클의 속임수였다는 것을 안 그린버그는 반대로 마이클의 속내를 알기 위해 초콜릿을 이용하는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간호사 피터슨의 존재는 마이클과 그린버그 사이의 긴장감에 이완과 수축 작용을 동시에 한다. 로렌스의 성폭행을 눈 감아줬다는 의심을 사면서 극의 긴장감을 높이기도 하지만, 극 중간 돼지 소리를 닮은 웃음소리로 관객의 폭소를 유발한다.

극이 끝날 때는 슬픔과 허무함이 공존한다. 마이클의 단순한 장난으로만 여겨졌던 로렌스 실종 사건이 마이클의 고독과 외로움, 사랑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관객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공연은 지난달 시작돼 오는 6월26일까지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1관에서 열린다.

 

[사진=수현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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