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시 구조개혁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정부가 국민과의 공감대 없이 밀어부치기식으로 구조개혁을 진행하며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경제정책이 실패한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장기불황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은 장기불황이라는데…잘못된 정부 판단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1일 설문조사한 국민 경제인식에서 응답자의 84.2%가 최근 경제상황을 ‘구조적인 장기불황’으로 인식했다. 일시적 경기침체라고 응답한 12.9%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97.1%가 ‘불황’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한국경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서히 곪아가고 있다. 정부가 경제정책을 효과적으로 집행하지 못하면 한순간 절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아찔한 외줄타기를 이어가는 것이다.
경제상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경기침체 지속기간을 물은 결과, 10명 중 6명은 3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3.1%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응답자 10명 중 8명(79.3%)은 목표달성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이 바라보는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도 역시 낮았다.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조기집행, 금리인하 등이 모두 효과가 없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꺼져가는 경제 불씨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일자리창출, 노동개혁, 신성장동력 육성, 규제개혁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저성장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미리부터 성장을 포기해버리는 패배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식 장기불황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아직까지 재정자립도나 통화가치 급등과 같은 일본의 장기불황 조짐이 없다며 주변 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은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박근혜 정부들어 수시로 바뀌는 경제정책을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한국경제에는 일본식 장기불황과 흡사한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내수부진과 수출감소,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생산성 저하, 서비스산업 후진성,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 감도 등이 유사한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일본식 장기침체기 특성과 일본 정부의 경제정책 대응실패를 분석하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도 이같은 분석이 제기됐다. 일본 불황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통화정책도 경기 및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적절한 정책처방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장기불황 당시 일본은행은 경기침체기 중에도 낙관적인 경제전망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잘못된 정책처방과 정책타이밍으로 장기 디플레이션을 방지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다. 이는 최근 수년간 통화정책상 물가목표치를 밑도는 저물가와 대내외 악재로 저성장이 지속되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우리 경제의 기조적인 물가흐름과 경제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객관적인 경제전망을 바탕으로 적절한 정책대응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통화당국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하향 고착화되는 것을 경계하고, 물가안정목표 준수 의지를 분명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구조개혁이 일본식 장기불황에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구조개혁이 늦어지면 그만큼 불황을 극복할 힘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내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우리 경제는 수출환경 악화와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상당기간 저성장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만일 구조개혁을 통해 비용구조를 극소화시키고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을 경우에는 일본과 유사한 장기간 경기침체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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