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장관,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과 대신 '책임 통감'…野 "직무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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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1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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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사과하십시오. 왜 죄송하다는 말을 못하십니까."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법적인 문제를 떠나 국가의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그게 의원님 말씀의 취지와 같습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

'죄송하다'는 문장은 들을 수 없었다.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행된 가습기 살균제 현안보고에서다.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줄기차게 사과요구가 이어졌으나,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야당 측 좌석에서는 윤 장관의 반복된 대답에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니 가습기 살균제 태아 피해가 인정된 사례가 3건 있었다"면서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가 흡입으로 인한 독성 외에 생식 독성으로도 발생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 2014년 4월~10월 신청을 받은 2차 조사에서 생존자 30명의 피해사실을 인정했고 이 중 3명이 태중 노출을 인정받았다.

장 의원은 이어 "태아 상태에서 사산한 경우는 규명도, 판정도 힘들어 신청하기도 어려운데 생존한 아이들 중 엄마 뱃속에 있을 때 간접적으로 접촉해 피해를 입은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라며 "태아피해까지 조사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의장 뒤편에서 이를 지켜보던 피해자 가족은 "장관이 해당 피해자들 신청대상자가 아니라고 해서 신청서를 들고 왔다"고 소리치며 신청서를 들어보이기도 했다.

또한 장 의원은 "15년간 800만 개 이상이 유통이 됐는데 가해 기업은 어떤 법을 위반했나"라고 묻자 윤 장관은 "제품의 경우 유해화학물질을 직접 관리하는 조항이 없으니, 관련한 위법 사항도 없다"고 답했다.

정의당 대표인 심상정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안방의 세월호 사건"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는 게 정부라는 점만 명심했어도 희생을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고 환경부, 복지부 등의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사건 축소 및 은폐"라며 "당연히 검찰수사가 이뤄져야 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장관은 이에 대해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폐 손상 이외의 타 질환 조사 여부에 대해서도 "전문가 영역이기 때문에, 책상에 앉아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진행중임을 강조했다.

우원식 더민주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가 스프레이, 에어로졸로 쓰인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흡입할 수 있는데 시험 성적서가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고 윤 장관은 "용도가 고무나 목재, 직물 보존에 쓰인다고 돼 있었고 작업장의 경우 노동관계법을 적용받는다"고 답했다. 그러자 우 의원은 "노동부 따로, 복지부 따로면 환경부는 대체 뭐하나"라고 윽박질렀다.
 
한편 여당에서는 야당에 비해 '질타'의 수위가 낮았다. 다만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원인이었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했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국제 기구를 통해 이 사례를 널리 알리고 구체적으로 불매운동까지 가야 한다"면서 "피해가 생기면 집 근처 어느 병원이든 가서 신청하고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참여 병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윤 장관은 "판정 기준에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소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병원측에서 참여를 꺼리는 부분이 있다"면서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 판정은 현대 아산병원이 전담해왔으며 최근 국립의료원과 분당 서울대 병원이 추가로 참여하게 됐다.
 
같은 당의 민현주 의원은 "최근 언론에서 방향제, 탈취제, 방충제 원료에도 (가습기 살균제와) 비슷한 물질이 확인됐다는 보도가 나온다"면서 "국민들 불안이 없도록 명확하게 실험 결과를 말해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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