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내 게스트하우스 실내 전경. [사진=아주경제DB]
아주경제 김종호 기자 = 아파트 단지 입주민의 손님맞이용으로 설치되는 게스트하우스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미성년자 혼숙 등 청소년 문제의 온상이 되는가 하면 층간·단지 내 소음 문제로 입주민 간 갈등을 빚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이용이 적어 입주민들의 관리비만 늘어나는 부작용을 초래, 어린이집 등으로 용도변경을 추진하는 단지도 생기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거 고가의 신규 아파트를 위주로 조성되던 단지 내 게스트하우스는 최근 들어 중저가 아파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커뮤니티시설로 자리 잡았다.
손님맞이용이나 각종 모임의 행사장소, 비즈니스 공간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데다, 타 숙박시설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입주민의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 내 커뮤니티시설로 게스트하우스가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2000년대 후반에는 고급형이나 대단지 아파트 위주로 설치했지만,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도 선호도가 높아져 중저가 또는 소규모 아파트 단지에도 게스트하우스를 조성해 분양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단지 내 게스트하우스 운영은 주로 입주자협회가 전문 관리업체에게 맡기고, 운영을 통해 나오는 수익을 아파트 관리비로 사용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관광지가 많은 부산과 인천지역 등 아파트 내 게스트하우스는 성수기 때 빈 방이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뤄 관리비 수입이 쏠쏠한 반면, 경기와 일부 지방의 아파트 단지들은 공실이 커 오히려 매달 관리비에서 게스트하우스 운영비를 매우고 있는 실정이다.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정모(41)씨는 “하루 숙박비가 2~4만원에 불과하지만, 일반 숙박업소보다 만족도가 떨어지다 보니 휴가철 성수기에도 예약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면서 “매달 관리비에서 운영비를 지출하는 꼴이라 일부 입주민들은 차라리 게스트하우스를 없애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실 문제 이외에도 단지 내 게스트하우스는 미성년자 혼숙이나, 안전사고, 층간 및 단지 소음 등 각종 문제를 낳고 있다.
실제 인천 영종하늘도시 내 A아파트는 지난해 미성년자들이 부모 동의 없이 게스트하우스를 빌려 음주와 혼숙 등 문제를 일으킨 이후, 만 20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도록 이용규칙을 개정했다.
은평뉴타운에 위치한 B아파트에서는 입주자들이 게스트하우스 내에서 파티를 벌이다 부탄가스가 폭발해 8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게스트하우스가 일반 단지 내에 위치한 경우에는 층간소음을, 외부에 조성된 경우에는 단지소음을 일으켜 입주민끼리의 잦은 충돌도 나오는 상황이다.
서울 구로구 천왕동의 한 아파트 입주민 대표는 “게스트하우스 이용객들이 자꾸 문제를 일으키다보니 일부 입주민들이 용도 변경을 위한 동의 서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들은 게스트하우스를 어린이집 등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지만, 전체 입주가구 중 3분의 2이상이 찬성을 하더라도 용도변경 허가가 쉽게 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부산 해운대와 서면, 인천 영종도와 청라 등 단지 내 게스트하우스가 ‘만원’인 아파트에서는 일부 입주민들이 게스트하우스를 우선 예약하고 일반 관광객에게 차익을 남겨 되파는 사례가 급증해 논란이 되고 있다.
유명 관광지와 가까운 이점으로 숙박비용이 일반 숙박업소와 비슷한 7~10만원에 달하지만, 성수기에는 주말은 물론 평일까지 예약이 밀리자 입주민들이 우선 예약을 통해 얻은 숙박권을 온라인에 되팔아 차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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