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테르담 항에 입항 중인 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 [사진=아주경제DB]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해운업황 침체로 골머리를 앓는 것은 우리만이 아니다. 세계가 침체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형국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영국증시에 상장돼 있던 해운사 골든포트(Goldenport)는 상장폐지와 함께 보유중이던 벌크선 8척 중 6척을 각각 1달러에 매각하는 방안을 채권단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스타벅스 한잔 가격도 안되는 금액에 벌크선이 팔릴 처지에 놓인 것이다.
글로벌 선사들은 중국이 두 자릿수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당시 석탄과 철광석 등의 수요가 늘면서 벌크선 비중을 늘렸다. 하지만 중국 경기가 침체기로 돌아서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이로 인해 컨테이너선 업체들의 경영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외신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 해운사인 AP 뮐러 머스크 그룹은 지난해와 올해 해운업 불황의 파고에서 크게 고전하고 있다. 이 회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머스크 그룹의 1분기 영업이익은 4억9000만 달러로 전년동기(13억 달러)에 비해 73.1% 급감했다.
머스크측은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운임 하락을 꼽았다. 1분기 컨테이너 운임은 전년동기대비 25.5% 빠졌다.
지난해 우리나라 돈으로 49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중국의 국영 해운사 코스코(COSCO)는 올 1분기에도 약 17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싱가포르의 넵튠오리엔트라인(NOL)도 지난 1분기 1억510만 달러의 순손실을 내면서 전년동기대비 적자폭을 키웠다.
해운사들의 신용등급도 강등되거나 강등 위기에 처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일본 해운사인 K라인(가와사키 기센)의 신용등급을 Ba2에서 Ba3로 강등하고 MOL(미츠이 O.S.K. Lines)은 등급 강등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상황이 이렇자, 글로벌 해운사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독일의 하팍로이드는 2014년 CSAV(칠레선박회사)의 컨테이너선 부문을 인수했으며 프랑스 선사인 CMA CGM은 지난해 12월 NOL의 컨테이너선 부문을 합병했다. 또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코스코와 CSCL(차이나쉬핑컨테이너라인)의 합병을 승인했다.
해운업계간 합종연횡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해운동맹도 재편되고 있다. 지난달 CMA CGM은 중국의 코스코, 홍콩 OOCL, 대만 에버그린과 함께 ‘오션 얼라이언스’를 결성한다고 밝혔다. 이는 머스크와 MSC가 주축이 된 2M 얼라이언스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국내 해운사 관계자는 "현재 용선료 협상, 채권단과 체결한 자율협약 이행 등 시급한 사안들을 처리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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