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책임론에 뭇매 맞는 국책은행, 정책금융 역할과 글로벌 대외여건 등 고려 없이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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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1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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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전경[사진제공=산업은행]


아주경제 이정주 기자 = 정부가 조선·해운업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면서 부실기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빌려준 국책은행들에 대한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나치게 결과론적인 시각으로 자신들을 비난한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리스크가 큰 영역을 담당하는 정책금융의 숙명과 글로벌 경기침체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마냐사냥식 비난이 난무한다는 것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과 수은 양 국책은행들은 구조조정 자본확충을 앞두고 정치권과 학계 등으로부터 전방위적인 비난과 문책에 시달리고 있다.

조선 및 해운업에 노출된 국책은행들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만 약 22조원에 달하며, 자본확충 규모가 5~10조원까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자본확충은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조세부담을 주기 때문에 향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형국이다.

그러나 국책은행들은 부실을 초래한 측면에서 일정 부분 책임을 통감하지만, 모든 부분을 국책은행 잘못으로 떠넘기는 것에 대해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수익 측면에서만 유불리를 판단해 의사결정을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며 “기간산업에 투자한 금액을 잠시 시장 여건이 좋지 않다고 회수해버리면 산업이 망가진 후엔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태를 통해 국책은행들도 반성하고 개선해야 하는 측면도 있지만 현재와 같은 마녀사냥식 비난은 지나친 감이 있다”며 “심지어 ‘관리의 삼성’이라 불리는 삼성마저 예측하지 못한 조선업의 미래를 진단하지 못했다는 질타에 대해선 납득이 힘들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이후 유가가 고공행진을 달리며 해양플랜트 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면서 정부 차원의 조선업에 대한 지원 독려도 더해졌다. 글로벌 경기 흐름을 예측하지 못한 채 모두가 성장을 외치다가 조선업이 위기에 처하자 발을 빼고 모든 책임을 국책은행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국책은행 관계자는 “저유가가 이렇게 오래도록 지속될 것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조선3사가 경쟁적으로 저가 수주 경쟁을 펼친 결과가 돌아온 셈”이라며 “지금은 대한민국 산업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에 지혜를 모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책임론을 들먹이며 비난의 대상만을 찾는 상황이 펼쳐져 씁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책은행들이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자신들 유리한대로 해석했다고 비난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산은은 이번 정권에서는 정책금융기관과 통합했지만 지난 MB정권에서 민영화를 추진하던 곳”이라며 “특히 강만수 행장 때는 전국에 지점을 30여개씩 늘려가며 시중은행처럼 행동해 놓고 이제 와서 일관되게 정책금융기관인 것처럼 주장하는 건 팩트부터 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이 산은의 능력이나 역할에 대해 회의를 갖는 것은 분식회계로 인해 천문학적인 조단위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데 있다”며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금융위와 함께 지분도 보유하고, 감독 인력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부실이기에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책임은 국책은행의 감독기관인 기재부 및 금융위원회에 있다는 주장도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에 의하면 오는 6월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열리는 정무위와 올해 하반기 국정감사에서 금융위에 대한 집중적인 문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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