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바보야 문제는…] ⑥전문가진단 “20대 국회 키워드 ‘협치·자율·공유…저성장·양극화, 후진적 정치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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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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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3당 원내지도부 회동에 참석한 의원들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가 여소야대(與小野大)로 끝났다. 16년 만에 여소야대, 20년 만에 3당 체제가 도래한 것이다. 핵심은 87년 체제의 균열이다. 4·13 총선을 통해 87년 체제의 부정적 유산인 1노3김(一盧三金) 지역주의에 균열이 생겼다. 대구·경북(TK)의 새누리당·호남의 더불어민주당·캐스팅보트(casting vote) 충청이 군웅 할거한 지역구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는 2018년 체제다. 미국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돌풍의 주역인 ‘샌더스 열풍’에서 보듯, 구체제에 반기를 든 분노한 중도 무당파의 실체가 2018년 체제 안착의 시발점이다. 이에 본지는 각 당에 뿌리내린 87년 체제의 뿌리(1인 보스주의)를 도려내고 97년 체제(신자유주의)를 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사회 원로 및 정치 전문가들은 20대 국회 키워드로 ‘협치·자율·공유’를 꼽았다. 20대 국회가 절차적 민주화에 그친 87년 체제와 시장 만능주의에 물든 97년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첫출발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12일 본지의 ‘20대 국회에 바란다’에 참여한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과 국회의원 5선을 지낸 박찬종 변호사(아시아경제연구원 이사장) 등 사회 원로와 박상병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수, 이재교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변호사),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 교수 등은 이같이 주문했다.

국회 자율권을 해치는 정당 기속 위임의 사슬을 끊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사는 사회적 연대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혁명의 길’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협치? 노태우 정권 때 4당 체제 참고해야”

20대 국회는 20년 만에 꾀한 3당 체제의 첫 시험대다. 5년 단임제라는 대통령 권력구조의 한계로 독일의 기독교민주연합과 사회민주당처럼 ‘연합정치’(coalition government·연정)가 활성화되기는 어렵지만, 협치를 통해 ‘민주 대 반민주’, ‘보수 대 진보’의 낡은 이분법적 구도를 깨야 한다는 것이다.

남 전 장관은 “노태우 정부 때 4당 체제를 하지 않았느냐”며 “그것을 참고하면 20대 국회를 무난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고 충고했다. 

실제 수많은 정치학자는 87년 체제 이후 가장 생산성이 높았던 국회로 노태우 정권 때의 4당 체제를 든다. 민주정의당(노태우)·통일민주당(김영삼)·평화민주당(김대중)·신민주공화당(김종필) 등 4당 체제였던 당시 법안 가결률은 80%를 상회했다. 

이후 평민당을 제외한 3당이 전격 연정에 나서면서 지역주의와 양당제 등이 고착됐다. 그간 한국 정치가 뒤베르제 법칙(Duverger's law)에 묶여있었던 원인도 이와 무관치 않다. 

87년 체제가 종말을 고한 만큼, 2018년 체제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차 교수는 “간선제를 한 1972년부터 1987년 대선 전까지 많은 국민들이 원했던 것은 직선제 쟁취였다”며 “이제 87년 체제가 끝난 것 같다. 협치를 통해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만들 뒤 대통령 권력구조를 전환, 선거구제 개편까지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교수는 “87년 체제는 선거구제 개편을 하기 전까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총선으로 2018년 체제가 도래했다는 것은 너무 나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회 본청. 12일 본지의 ‘20대 국회에 바란다’에 참여한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과 국회의원 5선을 지낸 박찬종 변호사(아시아경제연구원 이사장) 등 사회 원로와 박상병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수, 이재교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변호사),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 교수 등은 20대 국회 키워드로 ‘협치·자율·공유’를 꼽았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tlsgud80@]


◆“국회, 국민대표자? 정당대표자회의 전락”

정치·경제적 이슈마다 극한 진영논리의 대립구도를 보이는 원인이 ‘국회의 정당 기속화’에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변호사는 “각 정당의 중앙당이 당론과 공천권을 앞세워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자율권을 해치다 보니까, 모든 주요 현안에 정당끼리 패싸움 형태를 띠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회는 국민대표자회의가 돼야 하는데, 중앙당 예속화 때문에 정당대표자회의로 전락했다”며 “그러니 정치개혁도 민생경제도 안 되는 것이다. 20대 국회 전망도 밝지 않다”고 말했다. 제도개편을 통해 헌법 제46조2항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의 원리를 준수해 헌법 제6조2항(정당의 민주적 운영)의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이 교수는 “미국도 때때로 여소야대가 된다. 그러면 대통령이 야당 의원들과의 대화에 전방위적으로 나서면서 설득과 포용의 정치를 보여준다”며 “책상만 내려치면서 호통친다고 말을 듣겠나”라고 말했다.

경제활성화든, 경제민주화든 그 출발선은 ‘정치의 변화’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남 전 장관은 “경제는 간단치 않은 문제지만, 결국 빈부 격차를 줄여야 한다”며 “최저임금, 노인임금 등의 논의를 넘어 교육 기회를 넓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 밖에 대기업 중심이 아닌 근로자 개개인의 소득성장(차재원)을 비롯해 임금피크제 등 노동개혁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이재교)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박근혜 대통령. 20대 총선에서 참패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20대 국회 초반 국정운영의 전환을 꾀할지 정치권 안팎의 이목이 쏠린다. [사진=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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