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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큰 여자'.[사진=콘텐츠하다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모든 것에는 균열이 있고, 빛은 아무리 작은 틈이라도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게 돼 있다. 언젠가 나의 치명적인 결함들이 내가 제일 자랑스러워할 특질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타투(tatoo)녀, 이혼녀, 싱글맘 그리고 가수 정태춘·박은옥의 딸…. 정새난슬(35)은 자기를 수식해 온 단어들을 뒤로한 채 이같이 담담하게 읊조린다.
'문제적 여자의 파란만장 멘탈 성장기'라는 부제처럼 이 책은 저자가 얼마나 '불량'하고 '이상한' 여자였는지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혼은)자랑이죠. 사랑을 알고 사랑에 절망하고 미워하고 떠나가고, 모든 계절을 겪고 이렇게 튼튼하게 지내는 게 나는 너무 자랑스러워요." 일러스트레이터로 자리잡아 가던 중 펑크록 밴드 보컬을 만나 딸까지 낳았지만, 결혼 3년 만에 이혼한 그의 옹골찬 선언이다.
이 책은 성공한 여자의 자기계발적 에세이가 아니다. 저자 스스로도 "삼류 예술가의 사건 사고 후일담", "자신이 통과한 삶과 욕망, 상처와 흉터에 대해 솔직하고자 한 여성이 써내려간 내면 일기"라고 밝히고 있다.
생각보다 심각했던 산후우울증으로 자살까지 시도했던 저자는 "내가 힘들었을 때 단 한 사람이라도 '내 감정이 정상적이며 많은 이들이 겪는 고통'이라고 말해주기만 했어도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울과 불안, 슬픔과 불행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독자들을 보듬는다.
서투르고 불안할지언정 그는 에세이와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만들고 부른다. 행복과는 거리가 먼 듯했지만 어느새 행복의 계단을 밟고 있다.
그래서 정새난슬은 이제 '다 큰 여자'이다.
280쪽 |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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