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만 분분할 뿐 어느 것 하나 확정된 사안이 없어 또 다시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특히 정부와 금융당국은 산업 재편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국책은행을 통한 자본확충 논의는 기관 간의 이견으로 올스톱된 상태다. 출자를 요구하는 기획재정부와 대출을 선호하는 한국은행의 자존심 싸움도 우려의 대상이다.
국책은행 자본확충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참석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15일 "자본확충 규모가 5조원이 될지, 10조원이 될지 아직 결정된 게 아무 것도 없다"며 "최근에는 기업은행을 활용한 자본확충펀드 조성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3면>
2차 자본확충 TF 회의는 아직 일정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회의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이 지난 10~1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연차총회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 차관이 지난주에 귀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의 일정이 정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들은 신속하게 구조조정 하겠다는 정부 발표와 역행하는 처사라고 밝혔다. TF 관계자에 따르면 회의 일정에 대한 통보가 아직 없어 2차 회의는 이번주 초중반에나 열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더 큰 문제는 자본확충 계획 이전에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된 산업들에 대한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해양·건설·철강·석유화학 등 5대 취약업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지 못했고,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한 재원확충 등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구조조정은 당초 유일호 기재부 장관이 컨트롤타워를 맡고, 실무는 금융위원회가 주도하기로 했지만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현재는 발을 뺀 모양새다. 지난달 26일 임 위원장은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브리핑 후 성과주의 관련 모임 등 각종 대외 행사에서만 구조조정을 언급하고 있다.
금융공공기관 등에 성과주의를 강요하는 수단으로 구조조정 이슈를 이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브리핑 당시 임 위원장이 제시한 △엄정 평가 △자구 노력 △신속 집행 등 구조조정의 3대 원칙이 무색한 형국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단순히 채무 조정 등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조선·해운업 등 산업 전반에 대한 대안을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며 "구조조정은 그 대안을 실행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측면에서 국책은행 자본확충 등의 문제는 지극히 세부적인 방안에 불과하다"며 "장기 플랜을 세우지 않고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면 자칫 돈은 돈대로 들면서 대량 실업사태까지 발생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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