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강남을 중심으로 중국어 조기교육 열풍이 불면서 영·유아(3~7살)를 대상으로 한 고액의 '중국어 유치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15일 아주경제신문이 서울 강남 소재의 '중국어 유치원 10곳을 취재한 결과 이들 유치원의 한달 등록비는 120만~160만원으로 연간 등록비가 2000만원에 달했다.
올해 전국 4년제 대학교의 연간 평균 등록금이 667만5000원인 것을 감안했을 때 무려 3배에 달하고, 일반 사립유치원의 한달 평균 등록비(32만원)에 비해서도 4~5배나 높은 수준이다.
또한 정규 교육비 외에 추가 활동비가 있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여름 캠프 비용까지 지불하면 그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4살 자녀는 둔 이모씨(33)는 "남들은 다 가르치는데 혹시나 우리 아이만 뒤쳐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과 불안감이 앞선다"며 "교육비가 만만치 않지만 아이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2년 전부터 중국어 유치원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최근 들어 강남 일대에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며 "영어 유치원에서 중국어 프로그램을 추가해 가르치는 곳도 많다"고 덧붙였다.
기존 조기교육 열풍을 이끌었던 영어 유치원들도 발 빠르게 영·유아 중국어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청담동 소재의 L 중국어 유치원의 경우 영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가르치는 '이중 언어'를 내세우며 영·유아 모집에 나서고 있다.
해당 학원 관계자는 "최근 중국어 수업과 관련해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우리는 다른 유치원과 달리 영어와 중국어를 함께 가르치기 때문에 차별화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남에 위치한 대다수 '중국어 유치원'의 등록비가 고액이기 때문에 입소문을 통해서 아는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게 암암리에 운영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영·유아 중국어 조기교육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주혜 유아교육바르게하자 대표는 "국제사회에서 영어권 파워 못지않게 중국어권 파워가 커지고 있어 중국어 교육열풍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그러나 아이들에게 강압적으로 외국어를 가르칠 경우 아이들의 사고력과 상상력 발달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한 관계자는 "검증되지 않은 중국어 강사를 고용해 영·유아에게 잘못된 지식을 가르칠 수 있다"며 "조기교육을 원하는 학부모의 수요는 자녀가 유아일 때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에 무엇보다 사교육을 조장할 수 있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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