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지난 3월 일본 경상수지는 2조9804억엔 흑자로 21개월째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13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경상수지 흑자의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일본 기업들이 인수한 해외기업들로부터 받은 배당금 증가, 그리고 두번째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다.
◆ 10여년간 외국인 방문객수 4배 급증
비자의 발급 요건 완화, 면세대상 확대, 엔저 등에 힘입어 일본의 관광산업은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외국인이 일본에서 쓴 돈에서 일본인이 외국에서 쓴돈을 빼고 계산하는 여행 수지 역시 지난해 1조 2000억엔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14년 일본의 여행수지는 2099억엔 흑자를 기록하면서 일본은 55년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낸 바 있다. 이같은 '여행 흑자'는 앞으로도 일본 경제에 주축 중 하나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본관광산업의 이같은 급성장은 일본 정부도 미쳐 내다보지 못한 것이다. 지난 2010년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900만명이 채 되지 못했다. 때문에 당시 일본 당국이 내놓은 관광객 유치 목표는 2020년까지 2000만명, 2030년까지 3000만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5년 일본 방문객은 이미 2000만명에 육박했다.
이처럼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증하자 일본 정부 역시 적극적인 목표상향과 정책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3월 말 아베신조 총리의 주재로 '내일의 일본을 뒷받침하는 관광비전 구상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확대를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도쿄 하계 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연간 40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기존 계획인 2000만명의 두배에 달한다.
◆ ‘바쿠가이(爆買い)'가 끌어올리는 일본 GDP
외국인 관광객 급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중국인 관광객 증가다. 2015년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대략 499만명에 달한다. 2014년에 비해 107%가 늘었다.
특히 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싹쓸이 쇼핑 '바쿠가이(爆買い)'를 통해 엄청난 소비를 해댔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바쿠가이(爆買い)'를 막기 위해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인상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별다른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경제연구실 장지펑(張季風) 주임이 지난달 8일 ‘중일 경제무역관계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2015년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쇼핑에 쓴 돈이 1조 4000억엔으로 같은해 일본 GDP(국내총생산)의 0.3%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2015년 일본 GDP 성장률이 약 0.4%라고 밝히면서 일본 GDP성장에서 중국인 관광객의 쇼핑 소비의 기여율이 75%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2015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쇼핑 등에 소비한 금액은 3조 4700억엔으로 처음으로 3조엔을 돌파했다. 그중 중국인 관광객이 쓴 돈이 약 1조 4000억엔이며, 일인당 소비금액 역시 평균 25만 2700엔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GDP 600조엔 달성을 위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여행산업을 경제성장을 위한 '핵심산업'으로 설정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의 일본 내 소비목표를 2020년까지 8조엔으로 잡고 있으며, 2030년까지는 15조엔을 돌파할 수 있도록 정책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 아시아를 넘어 세계 5위권 관광대국 꿈꾼다
일본은 외국인 관광객을 향한 빗장을 더욱 활짝 열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지난 3월 중국, 인도, 필리핀, 베트남, 러시아 등 5개 나라로부터의 관광객에 대한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2015년 한 해 동안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 중 이들 5개 나라 국적자가 총 561만명으로 전체의 28.4%를 차지한다. 특히 중국의 경우에는 비자면제 제도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기하라 세이지 외무성 부대신이 최근 밝히기도 했다.
엔화는 최근 다소 강세로 돌아섰지만, 관광산업의 호조는 이어지고 있다. 일본관광협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 수는 200만명에 달하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 31%가 늘어난 것이다. 이 중 중국인 관광객은 49만 8000명으로 47%가 증가했다.
최근 일본 내에서는 '관광 호황'을 유지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관광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팬타임스는 '효과적인 관광전략 찾아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숙박시설의 확충과 다양한 관광 지 개발 등을 통해 관광객 증가세를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국내의 호텔과 료칸의 2015년 연간숙박 일수는 전년보다 6.7% 많은 5억 545만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숙박이 전년대비 1.5배 늘었다. 객실 가동률은 오사카부와 도쿄도에서 80%를 넘겨 대도시 지역의 호텔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민박 규제완화 등을 통해 숙박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고 있다.
재팬타임스는 최근 "쇼핑에만 의존하는 관광산업은 지금처럼 지속적 성장을 이어갈 수 없다"면서 "도쿄, 후지산, 교토, 오사카 등 전형적인 경로 말고도 다양한 관광지를 홍보하고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관광자원을 개발해야 전세계에서 고루 관광객이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4%였던 아시아 관광객의 비중이 올해는 87%가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일본을 찾은 북미, 유럽, 오세아니아 지역의 외국인 비중은 15%에 불과했다. 이는 1998년의 37%에서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처럼 몇몇 국가에 편중돼 있는 관광객 구성은 장기적인 관광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지적하고 있다. 중국 등 주요국가의 경제가 둔화되거나 이들 국가 통화 대비 엔화가 급등할 경우 관광산업이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보다 다양한 볼거리, 즐길 거리를 마련해 아시아는 물론 북미, 유럽 등 세계 각지의 관광객을 끌어오겠다는 것이 일본의 계획이다.
2030년에 일본이 목표로 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수는 무려 6000만명이다. 이같은 계획이 성공만 한다면, 2030년까지 일본은 전세계 5위 관광대국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아시아태평양항공센터(CAPA)는 내다봤다. 2014년을 기준으로 했을때 전세계에서 가장 관광객을 많이 모으는 나라는 프랑스로 연간 방문객이 8360만명에 달한다. 2위는 미국으로 방문객 수가 7000만명 수준이다. 3위를 차지한 곳은 스페인으로 연간 방문객 수가 6000만명 전후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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