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태, 정부의 책임있는 태도는 보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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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16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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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대한민국 전체에는 생활용품 전반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아무런 의심 없이 사용했던 생활용품에 '사람을 죽이는' 유해물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차례로 밝혀지면서 불안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안방의 세월호'라고 불리는 이번 사태 이후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좌절감까지 느낀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지난주 신현우 전 옥시 대표를 구속한데 이어 이번 주부터는 또 다른 유해 살균제품을 제조·판매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관계자들을 불러 수사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검찰 측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관련 기업의 처벌을 조속히 이뤄 죗값을 받도록 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정부의 태도가 불성실하다. 1차적 책임은 돈벌이에 눈먼 기업에 있지만 피해를 예방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수년 동안이나 이 사태를 수수방관한 정부 기관은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로 정부에선 누구도 이번 사태에 사과는 물론 제대로 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연일 정부 기관의 무능력과 당시의 면피행정이 보도되고 있는데도 모두 변명하고 책임 떠넘기기에 바쁘다. 정부가 철저한 관리 감독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데도 책임과 실패는 오히려 해당 업체에만 떠맡기고 현 사태를 모면하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생활화학제품을 관리했던 산업부는 당시 가습기 살균제가 공산품 안전검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발뺌한다. 환경부의 윤성규 장관의 태도는 더욱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11일 윤 장관은 국회에서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윤 장관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과하라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도 결국 거부했다. 피해자들의 분노와 원망은 이미 자신이 받아들여야 할 소관(?)이 아니었다는 태도다.

또 다른 적반하장도 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현안 보고를 후 있은 질의응답 시간에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환자들을 만나러 다니셨느냐"는 질문에 "아니, 제가 왜 만나야 되느냐"고 반문해 관련 정부기관의 수장으로서는 적절하지 못한 답변을 했다며 공분을 샀다.

앞서 이번 사태의 장본인인 신현우 옥시 전 대표의 경우 지난 9일 검찰의 2차 소환조사를 위해 검찰청을 방문했을 당시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앞에서는 고개를 숙였지만 이후 자신의 변호인에게 '(방금 사과한 것) 내 연기 어땠어요?"하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들을 아연실색케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주요 원인임을 부인하면 안 된다. 유가족과 피해자들은 지금까지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 외로운 싸움을 벌여왔다. 하루라도 빨리 진상 규명에 나서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 정부 당국과 관계자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소홀히 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 아니다. 귀를 조금만 열면 수많은 목소리가 들릴 것이다. 누구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자는 것이 아니다. 추후 발생할지 모를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모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또다른 무능력의 한 축인 국회가 뒤늦게 청문회를 연다고 부산을 떨고 있다. 나름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색출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국민들은 고성만 오가는 실속없는 청문회를 바라지 않는다. 엄격한 잣대로 해당 업체는 물론 정부기관의 책임소재가 분명히 나오고 이에 따른 적절한 댓가가 따르도록 해 다시는 이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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