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20대 총선에서 3선에 오른 비박(비박근혜)계 김용태(서울 양천을) 의원이 새누리당의 쇄신을 주도할 혁신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이에 따라 비대위 구성 등을 놓고 '도로친박당'이란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비박계인 김 의원이 강력한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 정진석 원내대표는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김용태 의원, 김광림 정책위의장과 나란히 모습을 드러낸 정 원내대표는 "김 의원은 늘 당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않던 개혁적인 정치인"이라며 "국민들의 신뢰 회복이야말로 혁신위의 목표가 돼야 하고, 그 일에 앞장서는데 새누리당의 젊은 김용태 의원이 적임이라고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비대위와 혁신위는 문제가 있는 껍데기의 새누리당들을 '줄탁동시(啐啄同時어미닭과 병아리가 동시에 알을 쫀다는 뜻)'로 쪼아대며 구태의 껍데기를 벗겨내야겠다"면서 "궁극적으로 '거듭나라'는 국민들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겠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지난 4·13 총선 전부터 공천관리위원회의 '밀실공천'을 비난하며 의원총회를 소집하자고 주장하는 등 꾸준히 당을 향해 개혁적 목소리를 내 왔다.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 최연소 전문위원으로 일하다 18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하며 옛 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김 의원은 "패배의 순간보다도 지난 한 달동안이 더욱 더 참담했다"면서 "국민들이 매를 치며 '너희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아는가'하고 물었는데 얼토당토 않은 대답을 하며 딴청을 부렸던 게 이 순간 새누리당이 처한 최대의 위기"라고 꼬집었다.
그는 "혁신과제는 이미 다 나와있는데 실천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국민 속에서 국민의 눈으로 혁신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우선 혁신과제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김 의원은 "정치 특권을 내려놓는 과제는 물론이거니와, 선거 패배의 최대 원인이었던 계파갈등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당초 비대위-혁신위를 각각 운영키로 하고 정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키로 하자, 당 안팎에서는 결국 수적으로 우세한 친박계가 주도한 시나리오라는 비판이 일었다. 결국 명분을 위한 '무늬만 혁신위'를 만들어 놓고 비대위가 차기 당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우려였다. '도로 친박당'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정 원내대표는 혁신위에 전권을 넘기겠다는 내용을 당헌에 명문화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오는 17일 오후, 당은 전국위원회를 열고 정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하는 한편 혁신위 독립성 보장을 위한 당헌 개정에 나선다.
비박계인 김 의원이 계파 갈등에 적극적으로 칼을 대고 독립적으로 활동에 나설 수 있을지가 현재로선 최대 관심사다. 김 의원도 이를 의식한 듯 혁신위원 인선에 대해 "(비대위와) 상의는 하되 모든 전권은 저에게 있다"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출발하는 데 걸맞는 사람으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내부와 외부인사 간 비율은 따로 생각하지 않았으며, 생각하기에 훨씬 파격적인 인사도 모실 수 있다"며 외부 인사 영입 가능성도 열어뒀다.
혁신위의 활동 기간은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전까지로 못박았다. 김 의원은 "혁신위는 과거 보수혁신특별위원회처럼 6개월, 1년씩 할 수 없다"면서 "과감하고 신속하게, 속도감있게 임무를 처리하고 나면 즉각 해산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유승민, 윤상현 의원 등 무소속을 당선된 탈당파 의원들의 복당 문제에 대해서는 "그 과제는 비켜갈 수 없고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면서 "어떤 방법으로 시기를 어떻게 할 지는 비대위 체제와 함께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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