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완 기자 =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미국을 비롯한 비회원국들의 감산 전망에도 불구하고 올해 세계 석유시장은 공급 과잉 현상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란이 서방의 경제제재에서 해제되고 지난달 OPEC이 러시아 등 비회원국들과 산유량 동결 합의에 실패하면서 OPEC의 원유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다.
OPEC이 13일 (현지시간)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 따르면 회원국들의 지난 4월 하루평균 원유 생산량은 한 달 전보다 18만8000배럴 늘어난 3천244만 배럴이다. 이는 적어도 지난 2008년 이후 최고치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특히 올해 초 서방의 경제제재에서 벗어난 이란은 지난달 한 달 전보다 하루 19만8000배럴 늘어난 345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다.
보고서는 "근본적으로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다"며 "원유 생산량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OPEC이 4월 수준으로 생산을 지속하면 올해 하루평균 공급 과잉분은 95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 했다. 이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시사된 79만 배럴 보다 증가한 것이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최근 국제 유가가 지난 1월 배럴당 27달러 수준에서 47달러 수준까지 회복되었지만 이러한 원유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 유가에 압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 에서 OPEC은 미국을 비롯한 비회원국들의 올해 산유량이 지난해보다 하루 74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달 전망치와 동일하다.
보고서는 또 비회원국들의 공급 감소와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 등의 영향 등으로 원유 시장이 2017년도에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 했다.
올해 원유 수요는 하루 12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 했다. 이는 지난 달 보고서와 일치된 수치 이다.
OPEC은 올해 미국의 산유량을 지난해보다 하루 43만1000배럴 감소한 1천356만 배럴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미국 밖에서도 지속해서 비회원국의 감산 조짐이 있다"며 "이것이 2017년 세계 원유 시장을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상황으로 뒤집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OPEC은 다음달 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생산량 동결 등 획기적인 결정은 나오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1월 수준으로 산유량을 동결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주요 산유국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의 동참을 요구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달 초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칼리드 알팔리 신임 석유장관은 "안정적인 원유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산유량을 최대로 유지하는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초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베네수엘라 등과 산유량 동결을 논의해왔던 러시아는 이번 회의 참석이 불투명 하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현재 OPEC과의 협력을 진행 중이지만, 다음달 정례회의에는 초대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가가 올해 배럴당 40-50 달러선을 유지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룰 것으로 전망 했다.
OPEC은 1970년대 석유파동을 야기하는 등 수십년간 원유시장을 좌지우지 해왔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2014년 하반기부터 가파르게 추락하고 정치·종교적 라이벌 관계인 사우디와 이란의 불협화음이 고조되면서 OPEC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 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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