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협치'에서 '관치'로?

아주경제 부산 정하균 기자 = 지난 4·13 총선결과 여소야대와 3당체제가 국민들의 의사로 나타난 이후 협치(거버넌스)가 정치권은 물론 전사회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다.

협치란 사회 내 다양한 기관이 자율성을 지니면서 함께 국정운영에 참여하는 변화된 통치방식을 말한다.

오늘날의 행정이 시장화, 분권화, 네트워크화, 기업화, 국제화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행정 이외에 민간 부문과 시민사회를 포함하는 다양한 구성원 사이의 소통과 네트워크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생겨난 용어로 시대정신을 담아내고 있다.

그런데 최근 부산시의회에서 협치기구를 다시 관치기구로 회귀시키는 내용의 조례개정안이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9일 김진홍 의원이 대표발의한 '부산광역시 지방분권 촉진·지원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제4조 추진계획, 제6조 시민참여 확대, 제7조 지방분권협의회 총 3개 조항에 대한 개정안이다.

이중 제7조 지방분권협의회에 관한 개정안이 특히 논란이 되고 있다.

16일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에 따르면 제7조 개정내용 중 핵심쟁점은 △부산광역시지방분권협의회의 구성을 각 기관 및 단체가 참여하는 협의회에서 개인이 참여하는 위원회로 바꾸고 △각 주체가 자율적으로 대표 및 위원을 선임하던 것을 부산시장이 임명 또는 위촉하도록 하고 △간사도 담당 공무원(사무관)이 맡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민관협치기구를 자문기구로 격하시키고, 관(부산시)이 모든 것을 주도하도록 해 협치체제가 관치체제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지방분권 조례 개정안이 입법예고되자 다수의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부산시의회에 반대의견서를 제출하고 있어 이번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분권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는 지난 11일 긴급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지방분권 조례 개정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부산분권본부는 "시의원 발의로 입법예고된 분권조례 개정안은 민관협치 지방분권추진체제를 개악해 관 주도 체제로 전락시키고, 시민참정권 강화에 역행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어 반드시 철회 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발의과정에서 현재 조례상의 참여주체인 부산시, 시의회, 구청장군수협의회, 구군의회의장협의회, 교육청, 지방분권 관련 시민단체 대표와의 충분한 의견수렴도 없이 일부 시의원에 의해 일반적 졸속적으로 진행된 것은 명백히 절차적 정당성을 흠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분권본부는 만약 기획행정위원회와 본회의 상정 시 이에 찬성한 시의원은 반협치, 반민주, 반분권 인사로 선정하고 향후 낙천운동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