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지켜주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면 두려운 법이다. ‘익숙함’과 맞닿아 있으면 그렇다. 익숙한 소중함이었지만, 제시카는 그 익숙함을 벗고 용기 있는 도전을 시작했다.
제시카는 지난 17일 첫 번째 솔로 앨범 ‘Whith Love, J’를 발매하며 약 1년 8개월 만에 대중들 앞에 섰다. 소녀시대 제시카와는 사뭇 다른 새로운 음악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다.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사실 그의 계획에는 없던 일이었다.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았어요. 그러나 저를 계속 응원해주시는 팬 분들이 계속 이야기를 해주셔서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 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앨범의 목표는 팬 분들에게 선물로 주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어요. 그래서 앨범명도 ‘With Love, J’에요.”
‘With Love, J’. 제시카가 데뷔 때부터 쭉 자신의 마음을 대변하며 써왔던 문구다. “당연히 부담스러웠죠”라며 상기된 표정을 짓던 제시카는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을 위해 용기를 냈다. 그리고 자신의 ‘자식’과도 같은 첫 앨범을 세상에 공개했다. 그도 그럴것이 앨범의 처음부터 끝까지 제시카의 손길이 닿아있기 때문이다.
“아직 솔로 무대를 서보진 못했지만 음반 작업할 때는 확실히 달랐어요. 제가 원래 음반 작업할 때 크게 시간이 들지는 않았거든요. 그룹으로 활동 할 때는 한 시간이면 한 노래를 충분히 끝낼 수 있었죠. 집중하기 때문에 한 사람 당 한 시간 이상 잡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앨범을 준비하면서 미국 뉴욕에서 작업을 했는데 너무 달랐죠. 정말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백지장에서부터 시작했어요.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은지, 어떤 멜로디 라인에 비트를 담을 건지 등등. 녹음을 여러 번 하고 수정하면서 밤을 많이 샜죠. 제가 작업하기 전에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작업을 하기도 했었죠. 정말 신기했죠.”
이번 앨범은 제시카의 자작곡으로 이뤄졌다. 그만큼 의지가 반영된 앨범이었다.
“이번엔 모든 부분에서 제가 색칠하고 싶었어요. 자켓사진부터 사진 셀렉까지요. 저는 음반을 내는 게 쉽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한 장의 앨범이 나오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좀 욕심을 내기도 했고, 앨범에 가사 역시 자필로 썼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보고 싶었어요.”
사실 제시카의 앨범이 나오기 전까진 그는 ‘얼음공주’의 차가운 이미지를 지우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알던 소녀시대 제시카의 차가운 이미지는 첫 솔로 앨범을 통해 완전히 빗겨나갔다. 타이틀곡 ‘Fly’의 뮤직비디오는 그동안 제시카에게서 쉽게 찾지 못했던 귀여움과 동시에 따뜻함이 느껴지기 까지 했다.
“이번 앨범 자체가 저는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사실 살면서 누구나 힘든 일을 겪잖아요. 다 슬럼프에도 빠지고 예상하지 못한 일도 당할 수 있는데, 그럴때마다 ‘괜찮다’라고 위로해주고 싶었죠. 꿈을 꾸다보면 방향대로 이뤄지기도 하고..힘을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담았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밝아요. 제가 힘든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음악적으로 어두울 거라 생각하셨겠지만 반대로 밝은 에너지를 주고 싶었죠. 팬들에게 주는 선물같은 앨범이라고 했는데, 저와 마찬가지로 제 팬 분들도 순탄하지 않았을 거잖아요.(웃음) 그 팬 분들을 응원해주고 싶었어요.”
제시카는, 자신의 힘들었던 시기를 비로소 웃으며 말할 수 있을 만큼 이젠 제법 성장했다.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썼던 수록곡 ‘Golden Sky’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며 과거를 곱씹었다.
“진짜 제 마음이 가장 새까맸을 때 썼던 곡이에요. 가사와 멜로디 모두 그때 썼던 곡이죠. 그때의 제 감정이나, 말하고 싶었던 걸 담았어요. 가장 힘든 시기에 팬 미팅을 했었는데 그때 팬 분들이 흔들던 야광봉에 마음이 울컥한 적이 있었죠. 그게 가장 많이 떠올랐어요. 여전히 나를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구나 싶더라고요. 그 고마운 마음을 다 담고 싶었습니다.”
제시카의 새 앨범에는 자신의 자작곡은 물론, 실력파 프로듀서 케이맥(Kmack)이 전체 프로듀싱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또 타이틀곡 ‘Fly’는 미국 힙합 거장이라 불리는 15년차 래퍼 패볼러스(Fabolous)가 피처링으로 참여해 제시카의 매력을 더욱 극대화 시켰다.
“케이맥 오빠가 제 앨범에 참여를 많이 해주셨어요. 케이맥의 가장 가까운 분이 바보 패볼럿에요. 그래서 저도 인사하면서 조금 가깝게 지냈죠. 제가 소녀시대에 있었던 사실을 전혀 모르시더라고요.(웃음) 굉장히 다정다감한 분이시죠. 제가 그 분 목소리를 너무 좋아해서 케이맥 오빠를 통해 참여를 부탁하게 됐죠.”
소녀시대를 벗어나 처음 솔로 활동을 시작했을 때 사실 두려움이 컸다. 그러나 제시카는 자신의 패션-액세서리 사업인 ‘블랑’을 론칭 한 뒤 생각 이상의 성공을 거두며 사업가 제시카로도 우뚝설 수 있었다.
“생각보다 사업이 너무 잘되고 있어요. 사실 처음엔 규모를 작게 할 생각이었죠. 그냥 구멍가게처럼 제 공간에서 제 것을 좋아해주는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그게 제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업을 하다 보니 운이 좋게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여러 나라에 입점을 하게 되고, 좋아해주셔서 행운인 것 같아요. 사실 제가 하는 건 별로 없거든요.(웃음) 사무실 직원들이 너무 좋아해주시고 열심히 해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현재 일본과 중국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제시카. 사실 시작은 “전혀 예상하지 않았어요”였지만, 반응은 폭발적이다. 이는 제시카가 지난 9년여의 시간동안 연예 활동을 하며 쌓아올린 내공과 신뢰에 대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결코 얄밉지 않은 욕심도 부려본다.
“원래 제 꿈이 뚜렷한 게 있었던 건 아니었죠. 뭐든지 물 흘러가듯이 하는 스타일이죠. 지난 1년여간의 꿈은 앨범을 발표하는 거였죠. 그 꿈은 이뤘네요.(웃음) 그리고 다음 꿈은 아마 제 이름을 건 단독 콘서트를 하는 것 아닐까요. 지금 일본과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제 음악으로는 이제부터 활발하게 활동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제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좋은 기회가 있으면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다양한 방면에서 많이 찾아뵙고 싶습니다.”
제시카는 이제 한 때는 전부였던 소녀시대를 완전히 지울 예정이다. 그리고 오롯이 ‘제시카’로 선다. “재미있고 스릴있어요. 다양한 일을 하다 보니 재미없는 날이 없을 것 같아요. 굉장히 흥미롭죠”라는 말을 대신하며, 두려움과 부담감을 떨친 제시카. 그의 앞날에 펼쳐질 인생 제 2막은 어떤 모습일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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