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세계 3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 수상자로 선정됀 소설가 한강(46·사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차세대 한국문학의 기수'…등단 때부터 문단의 주목 받아
소설가 한승원(77)씨의 딸인 한강은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났고, 서울 풍문여고와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그는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가 당선됐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으로 문단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그대의 차가운 손' '검은 사슴'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등 다양한 소설을 발표했으며,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와 '내 이름은 태양꽃', '눈물상자' 등의 동화를 펴내기도 했다.
한강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삶의 비극성 그리고 인간'으로 정리할 수 있다. 특히 폭력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서정적인 문장으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감각을 발휘해 일찍부터 문단의 주목을 받아 왔다. 한국소설문학상(1999), 이상문학상 대상(2005), 동리문학상(2010), 황순원문학상(2015) 등은 '차세대 한국문학의 기수'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문인가족'으로도 유명한데, 그의 아버지는 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추사' '다산의 삶' 등의 작가이며 1988년 이상문학상 수상자인 한승원이다. 국내 최고 소설문학상으로 꼽히는 이상문학상을 부녀 2대가 받은 셈이다. 또한 한강의 남편은 김달진문학상, 유심문학상 등을 수상한 문학평론가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이며, 그의 오빠 역시 소설가로 활동 중인 한동림이다.
◆ 광주민주화운동 계기로 인간에 대한 근원적 질문 던지게 돼
한강은 소설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작가이다. 이 근본적인 질문은 인간의 폭력성과 결백성에 대한 탐구로 확장된다. 그는 지난 2월 열린 한 문학회에서 "오랜 기간 이 문제에 천착했지만 아직 답을 찾지는 못했다"며 "그래서 그냥 조용히, 진지하게, 앞으로도 지금처럼, 천천히 계속 글을 쓰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이러한 질문에 천착하게 된 계기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보여준 사진첩에 있던 '학살된 사람들'의 모습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는 지난 2014년 소설 '소년이 온다'를 세상에 내놓으며 "열세 살 때 본 그 사진첩은 내가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된 비밀스런 계기"였다고 말했다. 한강은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중학생 동호와 그 주변 인물들의 아픔을 진득하면서도 집요하게 풀어낸 이 작품을 "우리가 폭력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세계를 견뎌낼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했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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