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킹맘, 육아대디' 포스터[사진=MBC 제공]
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이쯤되면 현실이다. MBC 일일드라마 '워킹맘, 육아대디'가 '워킹맘', '워킹대디'들과 폭풍 공감대를 형성하며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9일 첫 방송된 '워킹맘, 육아대디'는 아이를 가진 죄(?)로 승진에서 밀려나고 직장에서 찬밥 취급을 당하는 이미소(홍은희 분)와 그런 아내를 위해 자신이 대신 육아 휴직을 하기로 결정하는 김재민(박건형 분)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여러 일하는 아내와 살림하는 남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치정이나 대가족 이야기가 주를 이뤘던 일일드라마 계에서 '워킹맘, 육아대디'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일하는 엄마와 일하는 아빠, 손주를 보느라 말년을 헌신하는 할머니와 손주 보기를 거부하는 할머니, '친정 엄마 찬스'로 육아 휴직을 내지 않아 회사에서 칭찬(?)받는 직원과 첫아이 때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계를 모두 내 둘째를 가진 게 죄스럽기만 한 회사원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들이 이 드라마의 중심이다.
지난 2014년 케이블 채널 tvN은 바둑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장그래(임시완 분)가 프로입단에 실패한 후 상사에 인턴으로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미생'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바람을 피우거나 아이가 바뀌는 등 큰 극적 요소는 없지만 PT준비에, 승진에, 줄타기에 하루를 사용하는 고단한 현대인들의 마음을 잘 어루만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워킹맘, 육아대디' 포스터[사진=MBC 제공]
'미생'이 전 연령대, 전 직급 직장인들의 애환을 다뤘다면 '워킹맘, 육아대디'는 이제 막 출산과 육아라는 일에 직면한 대리-과장 연차의 직장인들에 포커스를 맞췄다. '미생'에서 능력 있지만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늘 고개 숙여야 하는 선 차장 역을 맡았던 배우 신은정이 '워킹맘, 육아대디'에서는 병원장 아내로 살며 내조에만 충실하길 강요받는 파워 블로거 윤정현으로 또 다른 여성들의 애환을 다루고 있다.
'워킹맘, 육아대디'가 특별한 이유는 악역이 있으되 이유 없는 악역은 없다는 점 때문이다. 친정 엄마가 아이를 도맡아 돌봐주는 덕분에 육아 휴직은 커녕 출산 휴가도 내지 않았던 주예은(오정연 분)은 이를 인정받아 선배인 이미소보다 먼저 과장으로 승진했다. 뿐만 아니라 근무 시간을 이용해 상사들을 속이고 몰래 학부형들과 만나 인맥을 다지기도 한다.
언뜻 얄밉게 보이지만 주예은 역시 그리 밉기만한 캐릭터가 아니다. 아이 교육은 교육대로 다른 학부형들과 유대감은 유대감대로 쌓으면서 회사에서도 인정받고픈 욕망이 다소 안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 것일 뿐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마음만큼은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충분하다.
자극적인 요소 대신 공감대를 무기로 한 '워킹맘, 육아대디'가 시청률 면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