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매년 전세계에서 수천명의 개발자와 수백명의 취재진이 몰리는
구글 개발자회의 '구글 I/O 2016'가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마운틴뷰 야외공연장 '쇼라인 앰피시어터'. 구글의 연간 최대행사 답게 17일(현지시간) 이른 아침부터 개최를 하루 앞둔 행사장은 손님맞이에 분주했지만, 길 건너편 구글 본사는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파랑, 빨강, 노랑, 초록 등 구글을 상징하는 색상으로 칠해진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직원, 반려동물을 데려와 회사 앞마당 벤치에 앉아 노트북을 열고 업무를 보는 직원, 상의를 벗어버린채 배구를 즐기는 직원들. 이곳의 첫 인상은 회사가 아니라 대학 캠퍼스였다. 청바지는 물론 추리닝이나 반바지 차림의 직원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사실상 기업가치로는 세계 1위 애플을 이미 뛰어 넘었다는 평가를 받는 최고 IT 기업인 구글의 눈앞에 펼쳐진 기업문화는 충격 그 이상이었다.
구글 본사는 거대한 캠퍼스처럼 개방적인 분위기와 놀라울 정도의 복리후생으로 가득하다.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재료를 엄선해 만든 카페테리아 음식은 모두 공짜다. 가는 곳마다 쉽게 찾을 수 있는 카페테리아에선 구글러(Googler·구글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시며 열띤 토론을 펼친다.
구글 임직원 6만명 중 엔지니어들은 약 40%를 차지한다. 이 엔지니어들에게 철저한 매니지먼트를 제공해 좋은 토양을 만들어, 물과 햇볕을 충분히 준 뒤 싹을 키워 성장시킨다. 무료 식사와 사내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하며 쾌적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구글이 애쓰는 이유다.
지구상에서 가장 일하기 좋고, 혁신적인 기업으로 손꼽히는 구글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구글 코리아에서 한국인 최초 엔지니어로 채용돼 미국 본사에서 검색엔진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는 이동휘씨는 기자와 만나 "구글은 출퇴근 시간이 특별히 정해져있지 않다"며 "사무실에 자신의 책상은 있지만, 굳이 그곳에 앉아 업무를 볼 필요가 없고,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씨는 "구글은 회사 밖 식당을 예약하는 도우미 서비스도 있다"며 "샌프란시스코 시내 식당은 예약이 어려운 곳이 많아 식당을 잡기 위해 시간을 많이 허비했지만, 그럴 시간에 더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라는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소개했다.
구글은 "어떻게 하면 자유로운 기업문화를 지속시킬 수 있을까?", "관료적이고 폐쇄적인 회사가 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가?"라는 논의가 경영진 사이에서 늘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과 서비스를 즐기면서 찾는다는 구글의 기본원칙에 충실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구글은 매주 목요일, 임직원이 카페테리아에 모여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등 창업자들의 생각을 직접 들을 수 있는 'TGIF(Thank God It's Friday)' 행사가 열린다. 행사는 원래 금요일이었으나, 아시아 국가들의 시차를 감안해 해외 모든 직원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목요일로 옮겼다. 이 자리는 경영진과 직원들 간의 소통의 자리로, 구글러들은 행사 2시간 전부터 줄을 선다.
이씨는 "이 자리에서 직원들은 경영진에게 자신의 인사평가에 대한 항의를 하거나, 구글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혹평 등을 설명하며 왜 이런 제품을 출시했는지를 따지기도 한다"며 "솔직한 이야기가 오고 가는 가운데, 경영진들은 직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진땀을 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구글은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공룡 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의사결정 속도는 벤처기업 만큼 신속하다. 10년전 개발자들의 결제라인 바로 위에 있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지금도 강조한다. "규모와 스피드는 양립할 수 있다. 양립할 수 없다면 그 방법이 잘못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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