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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전국위 개최 무산으로 계파갈등이 분출, 또 다시 내홍에 휩싸인 새누리당은 19일 당 내부에서 이대로 가면 ‘당이 둘로 쪼개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상견례에서 새누리당 김용태 혁신위원장과 정진석 원내대표겸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전날 전국위 개최 무산으로 계파갈등이 분출, 또 다시 내홍에 휩싸인 새누리당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18일 당 내부에서는 이대로 가면 ‘당이 둘로 쪼개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대 총선 참패 이후 사실상 ‘칩거’했던 주류 친박(친박근혜)계가 비박(비박근혜)계가 다수인 비대위와 혁신위원장 선출을 조직적으로 무산시킴에 따라, 앞으로 친박계와 비박계 간 정면 충돌이 불가피해진 탓이다.
앞서 야당인 통합민주당이 친노(친노무현)계와 비노(비노무현)계 간 계파 갈등을 수습하지 못하고 결국 ‘분당’에 이른 것처럼, 친박계와 비박계 모두 더 이상 서로를 향해 ‘같은 배’를 탈 수 없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한 비박계 의원은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친박계가) 전날 전국위를 무산시킨 것은 정진석 원내대표 체제마저 부정하는 것 아니냐”면서 “이번 사태를 계로 친박계와 (비박계가) 어떻게 한 지붕에서 살 수 있겠냐”고 개탄했다.
특히 혁신위원장에 내정됐다가 전국위 무산으로 사퇴한 김용태 의원은 야당보다 오히려 친박계를 ‘주적(主敵)’으로 여기며 이를 갈고 있다. 김 의원은 전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국민에게 무릎을 꿇을지언정 그들(친박계)에게 무릎을 꿇을 수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경 ‘시편 1장 1-6절’을 인용해 친박을 겨냥한 듯 ‘악인은 망하리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 의원은 19일 ‘중대 발표’를 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그 내용은 함구했다. 그의 측근들은 친박계에 대한 정면 선전포고, 대통령 탈당 요구 등이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다.
친박계도 ‘분당’을 시사하고 있다. 친박 핵심인 김태흠 의원은 “분당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면서 “‘절이 싫으면 스님이 떠난다’는 옛말처럼 정당은 이념과 생각, 목표와 방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해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실제 ‘분당’이 현실화될 것이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앞서 여러 고비를 맞았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당을 나가면 시베리아, 죽음 뿐”임을 불문율처럼 여기고 있다.
과거 2000년 총선을 앞두고 김윤환 전 의원이 신한국당을 탈당해 만든 민주국민당, 박근혜 대통령이 2002년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해 만든 한국미래연합 등이 모두 실패로 끝나는 등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과 달리 여권의 분당은 늘 무위로 그쳤다.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계로 양분돼 여야 사이보다 더 심하게 싸웠던 2007년 경선 국면에서도 분당 얘기가 빈번했지만 실행되지 않았다. 2012년 19대 총선 공천에서 친박계의 ‘친이 학살’ 당시도 집단 탈당과 분당 움직임이 일었지만 ‘빈손’으로 끝났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당을 깨지는 말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질 경우, 친박계와 비박계가 어느 시점에서 ‘절충안’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맞물려 더 이상 지도부 공백을 막으려면 ‘조기 전당대회(전대)’ 또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재로서는 친박계나 비박계 모두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데 큰 이견이 없다. 다만 문제는 비대위의 인적 구성이나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하는 것에 친박계가 불만이 적잖다는 점이다.
정 원내대표도 전날 전국위 개최 무산으로 한 때 진퇴 문제까지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단은 당의 원내지도부로서 책임을 다하겠단 입장을 보였다. 정 원내대표가 이날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것도 “나는 새누리당의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 원내대표는 이날 5.18 행사 이후 지역구((충남 공주·부여·청양)로 내려가 칩거에 돌입, 향후 거취가 주목된다. 그는 "지난 5월3일 원내대표 선출과 동시에 내게 주어진 당 쇄신과 당 지도부 구성 임무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라면서 "몸과 마음이 피곤하다. 생각을 좀 가다듬어야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친박계는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서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면서 ‘조기 전대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당의 내홍을 수습하려면 새로운 지도부 책임 하에 당 혁신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전대를 빨리 치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 전대의 시기는 정기국회 소집 전(8월 말)보다 한 달가량 앞당긴 7월 말이 거론된다.
이장우 의원은 또한 “비대위든 혁신위든 단기간에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책임 있는 지도부를 빨리 꾸려야 하고, 이 과정에서 전대 출마 후보들이 자연스럽게 쇄신 공약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대 출마 후보군으로 친박계 원유철·이주영·이정현·정우택·최경환·홍문종 등이 거론되고 있어, 조기 전대론은 친박계의 ‘당권 장악’을 위한 시나리오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에 비박계는 조기 전대보다는 ‘정진석 비대위’에 힘을 실어 하루빨리 혁신안을 마련해 계파를 청산한 뒤, 당의 노선 투쟁에 주력해야 한다는 기류다.
비박계 김영우 의원은 “문제의 근원은 혁신을 발목 잡는 친박 패권주의”라며 “아직도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당이 정말 걱정된다. 힘들더라도 단합해 혁신을 이뤄내려면 정 원내대표에게 힘을 모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당선인 총회’를 통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황영철 의원은 “일단 ‘냉각기’를 두고 무엇이 정말 당을 위한 일인지, 어떻게 해야 하나로 갈 수 있는지 얘기를 해봐야 한다”며 조속한 당선인 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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